중국의 대만해협 주변 군사 활동이 이어지면서 대만의 해상 수송로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만은 에너지 공급에서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해상 교통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전력과 산업 생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9월 6일부터 7일까지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에서 중국 군용기 2대와 군함 13척, 공무선 4척이 확인됐다. 중국 군사 활동이 단순한 공중·해상 압박을 넘어 대만의 해상교통로에 대한 위험 요인으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대만이 특히 민감하게 대응하는 분야는 에너지이다. 대만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원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의 상당 부분을 해상으로 들여오고 있다. 대만 경제부는 국내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위해 LNG 도입처를 다변화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LNG 수입국은 14개국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2024년에도 호주와 카타르, 미국, 파푸아뉴기니,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나이지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LNG를 들여오는 구조였다. 카타르 의존도 역시 2013년 49%에서 2024년 25%로 낮아졌으며, 미국산 LNG 비중은 2019년 3%에서 2024년 10%로 높아졌다.
대만 정부는 미국산 LNG 확대를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대만 경제부는 2026년 2월 미국 LNG 기업과 연간 120만t 규모의 25년 장기계약을 체결했으며, 2029년까지 미국산 LNG 수입 비중을 25%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LNG 운송 선박을 분산하고 공급원을 다변화해 특정 국가와 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대만중유는 2025년 미국 알래스카 LNG 사업과 구매 및 투자 의향서를 체결했다. 대만 경제부는 알래스카 LNG가 향후 미국 내 LNG 공급원 가운데 대만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파나마운하를 거치지 않는 운송 경로를 통해 항해시간과 운송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만 정부가 실제 군사훈련에서 에너지와 전략물자의 해상 수송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대만 국방부는 2026년 한광42호 훈련에서 해군과 해경이 처음으로 ‘연합 반봉쇄 호송’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에서는 중요 물자를 실은 상선을 가정해 해군과 해경 함정이 호송하고, 안전항로를 확보한 뒤 항구까지 진입시키는 절차가 검증됐다. 이는 유사시 해상 봉쇄나 격리 상황에서도 핵심 물자의 수송로를 유지하는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다.
에너지 수급 문제는 곧 반도체 산업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대만 경제부는 최근 AI와 첨단기술 산업의 성장으로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대만의 전력 수요에서도 AI와 신흥기술 분야가 주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반도체 산업의 생산 활동 역시 전력 소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중국이 실제로 대만해협과 주변 항로를 장기간 봉쇄할 경우 문제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대만 내부의 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항만 운영과 원자재 조달, 전력 생산, 첨단 제조업의 연속성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의 반도체 생산 차질은 글로벌 전자·자동차·AI 산업의 공급망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대만해협의 안정성이 지역 문제를 넘어 국제경제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현재 대만의 대응은 에너지 공급원을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고 장기계약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군과 해경의 해상 호송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만 경제부는 풍력·태양광·지열·소수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 에너지 자립과 공급망 회복력 강화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