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미술인협회는 2026년 10월 10일부터 25일까지 양구버드나무예술창고에서 ‘양록의 시간’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양구, 그 안에 흐르는 시간을 담다’라는 부제를 달아 양구 출신의 작가들과 삶의 터전을 옮겨 정착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 작가들이 작가 개개인의 시선과 감성으로 바라본 양구의 자연과 삶, 그리고 그 안에 켜켜이 쌓여가는 각 작가들의 시간과 기억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표현한 작품을 관람하며 서로 다른 경험과 표현 방식을 통해 드러낸 작품들을 관람했고, 그동안 익숙하게 지나쳤던 산과 들, 계절의 변화,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작품에 녹여 구상과 추상의 작품으로 특별한 작품을 인식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김형곤 회장은 양구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남과 북이 마주한 군사 접경 지역이다
또한 산과 들, 숲이 어우러진 자연을 품고 있으며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아름다운 지역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그 자연 속에 오랜 시간 이곳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기억과,
수많은 이야기가 함께 겹겹이 쌓여 있으며 따라서 이번 전시의 제목인 ‘양록의 시간’은 이러한 양구의 자연과 삶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 안에 흐르는 시간과 기억을 예술의 시선으로 담아보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했다. 이번 전시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인들이 서로의 작업을 나누고, 양구의 문화와 예술을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양구미술인협회가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되고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꾸준히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양구미술인협회 창립과 그동안 이어온 연혁을 발표했고 양구군에서 지역 작가들을 위한 발전 도움을 준 이력도 축하 말과 함께 전했다.

또한 김왕규 양구 군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는 열정과 정성으로 지역 미술 발전과 함께 훌륭한 작품들을 준비해 주신 양구미술인협회 김형곤 회장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며, 양구군은 앞으로도 지역 작가님들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펼치고, 군민 모두가 일상에서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예술 기반을 더욱 튼튼히 조성해 나가겠다고 축하 말을 전했다.

김정미 양구군 의장도 축하 글에서 이번 정기 전은 양구가 품어온 시간의 결을 작가들의
예리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여, 군민 모두가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내일을 그리는 뜻깊은 장이 될 것이며, 평소 지역 문화 예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아낌 없는 헌신을 보여주신 양구미술인협회 회원 여러분의 노고와 열정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또한 앞으로 의회 로비등 기타 등에서도 작품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하며 미술인들의 향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참여 작가는 김형곤 회장을 비롯해 강신영, 고경훈, 김기찬, 김영아, 김용빈, 김용철, 김월순, 박무숙 ,
박미량, 박병일 ,박인성, 박진홍, 배산빈, 손은화, 윤연주, 이주형 , 정현우, 조은미, 최기중 작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강신영작가 작가노트
내가 만든 나뭇잎은 살갗을 비워내고 뼈대만 남긴 잎맥으로, 수많은 구멍을 통해 빛과 바람을 통과시킨다. 그 틈새로 쏟아지는 빛은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정화된 공기는 머물며 우리에게 생명의 숨결을 전한다. 생명의 근간은 곧 호흡이며,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인 지구 위에서 숨 쉬는 모든 존재는 동등하다.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나무와 깊은 뿌리처럼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무가 내뿜는 숨과 인간이 마시는 숨은 동일한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이어진다. 결국 우리 모두는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얽혀 살아가는 하나의 운명공동체다.나의 작업은 이러한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둘을 하나의 유기체로 엮어내는 과정이다.그 속에서 흩어지지 않고 영원히 이어지는 생명의 숨결을온전히 담아내고자 한다.

고경훈작가 작가노트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올 때 나는 전생을 의심한다.
어머니가 세상과 처음 마주한 장성에서 본 소나무 껍질의 모습은 낯 익은 누군가를 만난 듯 단숨에 그림이 된다. 또 다른 소나무 껍질을 만나러 여행이 시작될 것 같다.

김기찬 작가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4호 보유자이다.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전했다.
12지신은 땅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불교와 민간신앙에서 이루어졌다. 청동 수저 또한 그 바탕이 구리와 주석으로 건강을 위한 수저로 제작되어 있어 12지신과 청동 수저를
합쳐 보았다

김영아 작가는 도자 위에 회화를 나타낸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작품을 이렇게 전한다
기록의 계보“기록의 도구는 바뀌었지만, 인간은 여전히 세상을 기록한다. 조충도의 자연 속에 오늘의 일상을 끌어들였다. 나비는 인간의 시선을 확장하는 드론으로 가지의 잎은 AI 시대의 정보환경을 상징하는 회로와 칩으로, 방아깨비는 인간과 공존하는 새로운 존재인 A1 로봇으로 치환되어 과거의 자연과 현재의 기술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한다. 현재는 과거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과거 위에 오늘이 쌓이고 오늘은 다시 미래의 과거가 된다.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고, 과거 위에 오늘을 기록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기록을 상상한다. 기록의 계보는 그렇게 씨줄과 날줄처럼 시간과 공간을 엮으며 이어져 온 인간의 시선과 기록을 담아낸 작업이다. 관찰의 도구와 기록의 방식은 변해도 인간은 여전히 세상을 기록한다. 그리고 나는 그 기록을 다시 도자 위에 예술의 언어로 새긴다.
또한 김영아 작가는 양구에서 도자 공방을 운영하며 지역 체험행사 등 많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이다.

김용빈 작가 작품

김용철 작가작품

김월순 작가 작가 노트
자연으로의 회기를 꿈꾸는 인간의 소망을 하늘, 숲. 물결의 풍경 속에 담아본다. 다정한 숲의 정경과 하늘, 강물의 서로 다른 푸른빛을 바탕으로 하여 간간히 크고 작은 나무의 형태를 오버랩시켜 공간과 깊이 감을 부여하였다.
인간 서로 간의 어울어짐과 부딪히는 관계를 날실과 씨실의 짜임, 스티치, 이음과 겹침으로 구성하여 인간과 자연의 내면적인 일치감을 표현하였다. 또한 자연 속에서 작은 존재인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소속감. 자신의 내적 갈등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가치를 부여하여 나약함을 승화시키고 휴식을 가지고자 한 노력을 푸르름의 여유로 나타내 보이고자 한다.
본 작품은 자연에서 받은 여러 영감과 작가의 내면에서 표출된 이미지들로 구성한 추상 콜라쥬로 천연섬유 등에 염료, 안료로 염색하여 그 조각을 스티치로 연결하고 알기네이트 호일을 사용하여 공간감을 강조한 섬유조형 작품이다.

김형곤 회장은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주변의 모든 것에서 보여지는 사실적 형상들을 감성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인상 깊게 바라보았던 대상과 풍경의 기억은 내 안에 머물며, 지금도 존재하는 현존(現存)의 사실적 의미를 갖는다. 그 기억들은 내가 살아가는 주변의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사실적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마주하는 모든 작품의 소재들은 나의 일상과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소박함이다. 그 소박함은 나를 편안하게 숨 쉬게 하고, 그 대상을 바라보며 머리가 기억하는 사실보다 가슴이 기억하는 모습으로 붓과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가 된다.

박무숙작가는 서예작가이다.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전했다.
나는 한글 서예가로서 기존 서예 작품의 극단적 흑백 명암의 대비에 거부감을 느껴왔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인증 후 이를 극복해 보고자 연구와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내 그 결실을 보게 되었고, 원하는 먹색을 얻는 데 1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우리의 순수한 한지에 적절한 농도와 운봉법이 조화를 이루어 내는 은은한 먹빛, 내 작품의 독창성은 거기에서 기인한다. 거부감 없이 다가가 작가가 전하려는 의미를 편안하게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을 빚어가는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박미량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전했다.
삶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때로는 굽이 치고, 서로 얽히며, 다시 풀어지면서 저 마다의
결을 만들어간다.〈생명의 결〉은 이러한 삶의 흐름을 수많은 선의 반복과 율동으로 표현한 선묘 작품이다. 촘촘하게 쌓아 올린 선들은 하나의 결이 되고, 그 결들이 이어져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화면 위를 자유롭게 흐른다. 겹치고 교차하며 때로는 크게 굽이 치는 선들은 우리 삶의 굴곡을 닮았지만, 그 흐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순수한 사슴은 생명의 상징이자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복잡하게 이어진 삶의 결속에서도 맑은 마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며, 나는 선 하나하나를 반복해 그으며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연결 한다.그 수많은 선들이 모여 하나의 삶이 되고, 하나의 리듬이 되며, 마침내 희망을 향해 흐르는 생명의 선율이 된다.

박병일작가의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일상의 공간과 자연을 거닐며 마주하는 심미적 체험, 그리고 그 공간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수묵의 조형 언어로 기록하는 일이다. 화선지 위에서 수묵은 단순한 재료를 넘어 공간의 숨결을 품는 매개가 된다. 옅은 먹색의 촘촘한 점들이 모여 전통 산수화의 ‘준(皴)’을 이루고 형상을 구축한다. 미세한 점들의 집합은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고정된 자연과 변화하는 시간의 속살을 드러낸다. 특히 수면에 비치는 반영(反映)은 실재와 허상을 넘어 공간이 품어온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소환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번 연작의 배경인 ‘창덕궁 후원’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인공의 미가 조화롭게 깊이를 더해가는 공간이다. 부채꼴 모양의 독특한 관람정과 아담한 애련정의 풍경은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자연의 결을 되찾아준다. 화면 전면에 펼쳐지는 수묵의 농담과 촘촘한 결은 잃어버린 시간의 감각과 공간의 기억을 일깨우는 시각적 기록이다. 붓끝으로 쌓아 올린 이 깊은 풍경이 머물 틈 없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주기를 고대 한다

박인성 작가 작가노트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형상만을 진실이라 믿지만, 삶을 본질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있습니다. 검은 벼루석 위에 새겨진 사유는 물질 너머의 시간과 원리를 기록한 시각적 은유입니다.비는 중력에 이끌려 땅에 스며들며 대지 위 숨결을, 그림자는 빛이 만들어낸 허상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존재의 실재를 증명하는 깊이를, 얼음은 온도가 빚어낸 겉모습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물의 기억과 응축된 시간을, 나이테는 나무가 묵묵히 견뎌온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시간의 두께를, 실타래는 실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풀려나가는지 그 방향성, 책은 낱장마다 겹겹이 쌓인 결을 통해 타인의 사유와 정신의 깊이를…마주하는 모든 보이는 것들은 결국 보이지 않는 수많은 마음과 시간이 축적되어 피어난 결과물입니다. 전각 작품이 눈에 보이는 형태를 통해 역설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온기를 마주하는 고요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진흥작가 작가노트
누구나 빛을 향해 살아가지만, 나는 어느 순간 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의 자리에서 나 자신을 발견한다. 화려하게 드러나는 형체보다 공간에 조용히 드리워진 그림자에 마음이 머문다.
그림자는 사물의 본질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이며, 나에게 ‘쉼’을 상징한다.나의 작업은 오랫동안 쉼과 명상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왔다.인간의 형상과 오브제에서 시작된 그림자는 점차 나무의 그림자로 확장되었다.
의연하고 초연하게 서 있는 나무보다, 빛의 반대편으로 길게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를 바라본다.빈 하늘과 빈 땅, 빈 벽 위에 놓인 그림자는 비움과 채움의 관계를 드러 낸다.그 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나는 지나온 시간과 현재의 순간을 함께 바라본다.그림자는 빛의 흔적이자 시간의 잔상이며, 잠시 머물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공간이다.나는 오늘도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쉼과 명상의 의미를 묻고,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배산빈 작가 작가노트
내 작업 속의 부엉이는 말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봅니다. 소리 없이 날아올라 늘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무는 존재로, 깊은 어둠 속에서도 끝내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누구에게나 인생의 밤은 있습니다.묵묵히 까만 밤을 견뎌내며 세상을 바라보는 부엉이의 시선 속에는 오늘을 살아내는 모두의 모습에 끝없는 공감과 위안이 담겨 있습니다. 내 작업은 부엉이를 통해 세상과 마주하는 말 없는 시선 시선에 대한 기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