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접용인대송라태권도] 조영준 관장 |
“우리 아이가 체력이 약해서 운동을 시키려고 합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부모님들과 상담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체력을 기르고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것은 태권도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저는 태권도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체력과 뛰어난 운동능력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가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놀이와 소통의 방식 역시 이전보다 다양해졌습니다. 그렇기에 직접 몸을 움직이고,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며 관계를 배워가는 경험의 가치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권도 수련에는 기다림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동작을 잘하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발차기를 하다가 중심을 잃기도 하고, 품새 동작을 틀리기도 합니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다시 해봅니다. 어제 되지 않았던 동작을 오늘 다시 연습하고, 오늘 이루지 못한 목표에 내일 다시 도전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되지 않던 발차기가 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동작을 해내며 자신이 세운 작은 목표 하나를 넘어섭니다.
저는 바로 그 과정이 태권도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잘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뿐만이 아닙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다시 한번 해보고,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경험 역시 성장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한 경험이 하나둘 쌓이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나도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저는 그것이 아이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자신감과 도전하는 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권도장에서는 혼자만 잘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도장에 들어오면 서로 인사를 하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함께 수련합니다. 때로는 자신보다 잘하는 친구의 모습을 인정하고, 어려워하는 친구를 기다려주거나 응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작은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예의와 배려, 질서와 책임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됩니다.
태권도의 인성교육은 단순히 “인사해야 한다”, “친구를 배려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수련 속에서 직접 행동해 보고, 친구와 함께 부딪히고 어울리면서 좋은 행동을 반복하여 조금씩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태권도 지도자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품새와 발차기를 잘 가르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성격과 성장 속도를 살펴보고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는 교육자가 필요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 한 가지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는 하나의 씨앗입니다.” 같은 날 심은 씨앗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날 싹을 틔우고, 같은 속도로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빨리 자라는 아이도 있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보다 조금 늦다고 해서 그 아이에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뿌리가 튼튼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햇빛과 물을 건네주는 것. 저는 그것이 교육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태권도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의와 인성이 튼튼한 뿌리가 되고, 꾸준한 수련과 도전이 단단한 줄기가 되며, 그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과 실력이 아이가 만들어가는 소중한 열매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은 태권도장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에서 보내주시는 부모님의 믿음과 격려, 그리고 태권도장에서 경험하는 작은 도전과 성취가 함께 쌓일 때 아이는 조금씩 자신만의 힘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도자 역시 부모님과 함께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고 응원하는 교육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태권도가 단순히 강한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아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아이,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지금의 시대에 태권도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교육적 가치가 아닐까요.
![]() ▲ [진접용인대송라태권도] 아이들 모습 |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의 나무로 자라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빠르고 느린 것을 비교하기보다, 한 명 한 명이 가진 가능성을 믿고 각자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한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한 그루의 나무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결과보다 아이가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스스로 가지를 뻗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언젠가 그 아이가 자신만의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가정과 지도자가 함께 믿고 응원해 주는 것.
저는 그것이 오늘날 태권도 교육이 가져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