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엘음악학원] 하한나 대표 |
매일 밤 도시에 조명이 밝혀질 때쯤 학원 문턱을 들어서면 건반을 누르고 현을 켜는 소리가 반갑게 울려 퍼진다. 한낮의 여유를 활용해 찾아오는 은퇴 후의 시니어부터, 하루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넥타이를 매고 들어서는 직장인까지. 이곳에서는 사회적 직함도, 나이도 내려놓은 채 오롯이 소리 하나하나에 마음을 실어 보낸다.
과거 성인들에게 음악 교육이란 어릴 적 잠시 거쳐 가던 과정이거나 입시생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일상의 균형과 정서적 풍요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성인이 음악 교육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바쁜 일상을 쪼개어 다시 다채로운 소리 앞에 다가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직장에서 얻지 못하는 완전한 몰입과 성취감
매일 수치화된 성과와 비교에 노출된 직장인은 퇴근 후에도 잔상이 남아 뇌가 피로하기 쉽다. 그러나 악기를 잡거나 목소리를 다듬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손끝의 감각과 귀, 악보에만 집중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이나 직급은 사라지고 오직 나와 음악만의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요령을 피우지 않고 연습한 만큼 소리는 정직하게 부드러워진다. 한 소절을 완성하고 한 곡을 연결해 내는 직관적인 과정들은 직장생활 속에서 깎여나간 자존감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순수한 성취감을 안쪽에서부터 채워준다. 직장인에게 퇴근 후의 음악은 단순한 여가를 넘어 일상의 균형을 되찾는 정서적 쉼표다.
2. 은퇴 후, 나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활력
음악이 주는 정서적 회복은 퇴직 이후의 삶에서도 깊은 울림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70대에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리는 시니어 수강생들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꾸준히 연습해 연주를 완성하고 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감동적인 결실을 거두기도 한다.
젊을 때의 배움이 실력과 성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은퇴 이후의 배움은 삶의 격을 높이고 새로운 활력을 찾는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시니어들의 모습은 배움에는 유통기한이 없으며 결코 늦은 때란 없음을 증명한다.
3. ‘잘하기 위한 음악’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음악’으로
음악 교육의 본질은 단순히 테크닉을 전수하는 데 있지 않다. 수강생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어 건강한 자존감을 안겨주고, 음악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매개체로 전달하는 것이 참된 교육의 역할이다.
따라서 정해진 틀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의 목적과 속도에 음악을 맞추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직장인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의 시간이 삶의 청량한 활력이 되어야 하고, 퇴직한 시니어에게는 일상을 아름답게 채워주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 ▲ [엘음악학원] 수업 모습 |
어쩌면 성인이 악기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기술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새로운 즐거움과 가능성을 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퇴근 후 시작한 음악이 지친 일상의 활력이 되고, 은퇴 후 시작한 음악이 인생 후반전을 채우는 아름다운 취미가 되는 것. 서툴러도 괜찮은 나만의 첫 번째 악기를 통해 ‘잘하기 위해 시작한 음악’이 어느 순간 ‘잘 살아가기 위한 음악’이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성인들에게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가치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