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필 칼럼] 인생도 3할이면 충분하다

10할을 기대하면 3할도 실패가 된다

야구에서 잘 친다는 타자의 타율이 얼마쯤인지 아는가. 대개 3할대다. 4할 타자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1982년, 마흔 살의 백인천은 4할 1푼 2리를 쳤다. 그리고 사십 년이 넘도록 아무도 그 자리에 닿지 못했다. 사십 년에 한 번 나오는 성적을 우리는 매년 자신에게 요구한다.

 

3할은 열 번 휘둘러 세 번 맞힌다는 뜻이다. 적어 보이는가. 강속구와 온갖 변화구를 상대로 열 번에 세 번을 쳐냈다. 세 번밖에 못 친 게 아니라 세 번이나 친 것이다.

 

인생은 야구보다 어렵다. 규칙은 수시로 바뀌고 변수는 셀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열 번 휘둘러 열 번 다 맞기를 바란다. 아홉 번 되고 한 번 어긋난 날 분해한다.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첫 종이책을 내려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100군데가 넘었다. 긍정적인 회신은 다섯 곳 남짓에서 왔고, 계약까지 간 곳은 한 곳이었다. 타율로 치면 1푼이다. 1푼에는 기획이 부실했던 내 몫도 섞여 있었다. 다만 기획을 다듬어도 10할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그 한 곳이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지금 쓰는 이 칼럼도 강연도 그 한 번에서 나왔다. 내가 무너지지 않은 건 타율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절반쯤 답이 오리라 믿었다면 스무 번째 거절에서 그만뒀을 것이다. 기대치를 낮춘다는 건 성적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음 타석에 설 수 있는 자리까지 기준선을 내려놓는 일이다.

 

3할은 어디까지나 야구의 숫자다. 자리마다 정상 타율은 다르다. 투고는 1푼이면 잘한 것이고, 누군가와 한 약속은 10할이어야 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건 내가 선 자리의 정상 타율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오구라 히로시의 책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성공은 무욕과 과욕 사이에 존재한다고 했다. 욕심을 내려놓자는 말은 다 버리자는 말이 아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애초에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다.

 

지난 5월 이 지면에 '열심히 했는데 왜 안 될까'를 썼다. 방법과 방향과 간절함부터 점검하라는 이야기였다. 그 글에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이 세 가지를 다 갖추고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운이 따라야 하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오늘은 그다음 이야기다. 아무리 제대로 점검해도 10할은 오지 않는다.

 

열 번 휘두를 기회조차 없다고 할지 모른다. 승진은 일 년에 한 번, 시험은 한 해에 한 번이다. 그럴수록 세는 단위를 바꿔야 한다. 승진은 결과지 타석이 아니다. 그해에 붙든 일, 건넨 제안, 버틴 하루가 타석이다. 그 한 번의 결과를 인생 전체의 타율로 계산하지 말자는 것이 3할이다.

 

물론 내가 기준을 낮춘다고 세상이 나를 3할로 봐주지는 않는다. 그 채점표는 내가 못 바꾼다. 다만 올해 고과는 올해 성과에 대한 평가이지 내 인생의 타율은 아니다.

 

진료실에서도 이 셈은 통하지 않는다. 열에 셋을 살렸다고 웃을 수 있는 밤은 없다. 그런데도 다음 날 다시 진료대 앞에 선다. 3할은 남에게 내미는 성적표가 아니라 계속 서 있기 위해 내가 쥐는 눈금이다.

 

10할을 기대하면 3할을 치고도 실패자가 된다. 3할을 기대하면 3할을 치고도 웃는다. 한 사람은 거기서 그만두고, 한 사람은 다음 타석에 선다.

오늘 하루 당신이 이룬 것 세 가지를 떠올릴 수 있는가. 못 이룬 일곱은 아마 묻지 않아도 이미 떠올랐을 것이다.

 

 

[박근필]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읽고 쓰고 말하는 삶으로 당신의 성장을 돕습니다

박근필성장연구소장, 수의사,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저서;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독저팅, 필북, 필레터, 필라이프 코칭 운영

부산 시청 특강 외 다수 출강

이메일 : tothemoon_park@naver.com

 

작성 2026.08.04 10:56 수정 2026.08.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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