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모기, 인간의 적인가 벗인가

문용대

세상에는 괜히 귀찮고 성가시기만 한 존재들이 있다. 여름밤의 숙적, 모기가 그 대표다. 더위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귓가에 윙윙거리는 그 소리다. 한밤중 모기 소리에 눈을 부릅뜨고 뒤척인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기가 사라진 여름, 그리고 유년의 기억

 

2017년 여름, 유난히 모기가 보이지 않았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폭염이 이어지면서 모기 유충조차 버티지 못한 탓이다. 대신 말벌이 기승을 부려 서울 시내에서만 수천 건의 출동이 있었다고 한다. 모기가 사라지면 또 다른 생명이 그 빈자리를 메운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여름이었다.

 

내 어린 시절 여름밤도 모기와 함께였다. 수박밭 원두막에서 밤을 지새울 때면 산(山)모기의 공격을 버텨야 했다. 집모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독해, 모깃불 없이는 버티기 힘들었다. 호롱불 아래에서 담뱃잎을 엮을 때도 모깃불은 필수였다. 눈이 매워 줄줄 눈물이 흘러내려도, 모기에게 뜯기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 시절 여름밤 풍경은 연기 자욱한 모깃불과 함께 남아 있다.

 

다산 정약용의 탄식: 「증문(憎蚊)」

 

그러나 모기는 단순히 성가신 벌레에 그치지 않는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는 뇌염, 말라리아 같은 치명적 전염병을 옮기며 해마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기를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라 부른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시가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증문(憎蚊)」이다. 다산은 모기를 향한 증오와 괴로움을 이렇게 노래한다.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어도 나는 코골며 잘 수 있지만,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 있어도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다.

그러나 모기 한 마리 귓가에 윙 하고 들리면

기가 질려 간담이 서늘해지고 속이 탔다네.

 

호랑이도, 뱀도 두렵지 않은 그가 모기 한 마리에는 기겁한다. 나 역시 깊은 잠자리에서 그 소리에 놀라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어찌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베이불 덮고 이마만 내놓으면,

금세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된다.

 

나 또한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눈두덩이가 잔뜩 부어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수백 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다산의 고통과 나의 경험이 겹쳐 진다.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고,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 버렸다.

싸워봐야 소용없어 잠만 공연히 못 자고,

여름밤은 지루하기 일 년과 맞먹는다네.

 

전자모기향과 방충망을 갖춘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절망을 경험한다. 세월은 흘렀지만 모기는 여전히 인류의 보편적인 적이다.

 

모기는 적일까, 벗일까

 

그러나 정약용은 단순한 원망에서 멈추지 않는다.

 

내가 너를 부른 것이지, 네 탓이 아니로다.

모기는 내가 불러낸 것이요, 네 죄가 아니로다.

 

모기를 ‘적’으로 만든 것은 결국 인간 자신이라는 깨달음이다. 모기는 원래 꽃꿀을 빠는 곤충이었으나,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서식지를 좁히면서 사람의 피를 찾게 되었다. 결국 원망을 모기에게만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여름밤 모기 소리에 우리는 짜증을 내고 손바닥을 휘두른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모기도 그저 생명을 잇기 위해 분투하는 작은 존재일 뿐이다. 인류는 해충이라 낙인찍고 박멸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자연 속에 불필요한 생명은 없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은밀한 스승

모기는 인간의 적인가, 벗인가.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모기는 인간의 적이면서 동시에 벗이다.

 

귓가에 울리는 작은 날갯짓은 여전히 성가시지만, 그 속에 담긴 자연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안다면 우리는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여름밤의 모기는 단순한 방해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은밀한 스승인지도 모른다.

 

 

[문용대]

한국수필 수필문학상 수상

문학고을 소설문학상 수상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코스미안뉴스, 브레이크뉴스 고정 필진

한국예인문학, 지필문학, 대한문학, 각종 문학카페 활동

대한문학 부회장, 지필문학 이사

수필집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영원을 향한 선택’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작성 2026.07.30 10:01 수정 2026.07.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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