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손창섭의 '비 오는 날'에서 보는 인간성을 망가뜨리는 원인

민병식

손창섭(1922-2010)은 평양 출생으로 일본 유학 중 1946년 귀국, 한국전쟁을 경험한 1950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운명은 참 기구하다. 부친은 언제 사망했는지 알 수 없고 모친은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재가하여 그는 칠순의 조모와 함께 살아야 했다고 한다. 14세에 만주로 가고 15세에 일본으로 갔다. 그는 넝마주이부터 신문배달, 목공소 견습공, 우유 배달, 잡역부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는데 1971년 51세의 나이에 일본으로 간 후의 생활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원구는 동욱과 학교를 같이 다닌 사이로 동욱 남매와 어린 시절부터 친했다. 6.25 전쟁통에서 동욱의 행방을 알게 되고 만난다. 그러면서 동욱의 힘든 처지에 대해 알게 되는데 동욱은 동생 동옥과 함께 살며 동욱의 짧은 영어와 동옥의 그림으로 미군들을 그려주며 먹고 살고 있었다. 언제는 비 오는 날에 동욱의 집에 갔다. 그곳에서 동욱의 동생 동옥을 보고 동욱의 힘든 처지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다. 

 

그 뒤 원구는 비 오는 날이면 동욱네를 찾는다. 원구는 점점 동옥과도 친해지게 되고 동욱은 원구에게 동옥과의 결혼을 권하기도 한다. 어느 날 원구는 동욱의 집을 찾아갔는데 그날은 심각했다. 동욱 남매는 더 이상 군부대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돈줄이 끊겼고, 집주인은 동옥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은 채로 집을 팔아버리고 도망간 것이다. 며칠 후 원구는 선물을 들고 동욱의 집을 찾는다. 그러나 그곳엔 동욱 남매가 없었다. 새로운 집 주인이 원구에게 그동안 일을 설명해 주었다. 

 

동욱은 외출한 채 소식이 없고, 동옥도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동옥은 얼굴이 예쁘장하니 몸이라도 팔면 굶어 죽지 않을 것이라는 집주인의 말을 듣고 원구는 자신이 동옥을 팔아버렸다며 자책한다. 동옥이 어디로 사라졌나 나오진 않았지만 몸을 팔러 나갔다는 것이 작중 추정이다. 원구는 이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비극과 무기력함 그리고 절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동욱 남매는 일자리를 잃으면서 급격하게 무기력해졌고,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동옥은 동욱을 제외하고는 어떤 이도 믿지 않고 잘 이야기 하지 않는데 이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 이런 동옥이 마음을 연 사람은 바로 원구다. 그러나 이 작품은 피폐한 인간관계에 대한 회복으로 가지 않고 비극을 끝난다. 동옥은 집주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며칠 동안 밥도 먹지 않고 죽은 듯이 지낸다. 그 기간 동욱과도 갈등이 생긴다. 이는 당시 인간관계가 전쟁으로 인해 정이 없어지고 삭막해졌다는 것을 보여 상징한다.

 

소설은 6․25 전쟁 후의 폐허가 된 비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부산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갖는 전후의 황폐한 판자촌과 비 오는 날의 음울함이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작가는 허물어진 인간상을 예리한 관찰과 사실적 필치로 그리면서 한편으론 인간에 대한 모멸과 부정으로 가득 찬 눈으로 현실을 비판·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청년층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취업을 한다 해도 경제적 사정으로 결혼도 포기하는 집 한 칸 마련하기조차 조차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어찌 살아야 하는가. 각박한 생존경쟁의 시대, 모두가 어렵고 모두가 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상류층과 위정자 들은 범법을 당연하다는 듯 저지르면서 일반 서민들 위에 서서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언제까지 편 가르기, 진영 논리로 살 것인가.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있어야 하고 국민 사이에서는 법과 질서가 바로 서야 하며, 세상은 양심과 긍휼, 양보와 협동 등 도덕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 그들의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6.24 10:54 수정 2026.06.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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