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필 칼럼] 멘털을 지키는 건 멘털이 아니다

몸이 먼저다

'정신력만 강하면 못 버틸 게 없다.' 

 

한때 나는 그렇게 믿었다. 의지가 한계를 정하고 마음만 다잡으면 몸은 알아서 따라온다고.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 믿음이 무너진 건 몇 년 전이다. 극심한 전신 통증으로 한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처음엔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다잡고 기운을 내보려 했다. 하지만 통증이 길어지자 사고력이 흐려졌고 감정이 먼저 무너졌다. 평소 같으면 웃어넘길 일에도 날이 섰고 집중력은 바닥을 쳤다. 그때 알았다. 멘털을 지키는 건 멘털이 아니라 체력, 육체라는 걸.

 

우리는 '멘털이 강한 사람'을 존경한다. 극한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한다. 하지만 그들이 정신력만으로 버틴 건 아니다. 그들에겐 버틸 수 있는 몸이 있었다. 마라톤 선수들은 경기의 절반이 체력 싸움, 나머지 절반이 정신 싸움이라고 말한다. 힘이 남아 있어야 정신력도 발휘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육체가 정신을 떠받치는 구조다.

 

이건 그저 비유가 아니다. 여러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피로가 누적되면 노력이 많이 드는 판단과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executive function)의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감정 조절 능력도 함께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몸이 지치면 뇌의 판단·조절 시스템이 먼저 흔들리기 쉽다는 뜻이다. 

 

반대로, 전반적인 체력이 받쳐주면 이런 피로·스트레스 상황에서 마음도 비교적 덜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2020년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분석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심폐 체력과 근력이 모두 낮은 사람은 두 지표가 높은 사람보다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거의 두 배, 불안장애 위험이 약 60%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마음의 문제라 여겼던 것들이 알고 보면 몸의 문제였던 셈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동물에게 뇌가 있는 이유는 움직이기 위해서다. 한자리에 붙박인 식물에겐 뇌가 없다. 뇌는 본래 몸을 움직이려고 생겨났다. 움직임을 잃은 몸에서 마음만 멀쩡하기를 바라는 건, 순서가 뒤바뀐 기대일지 모른다.

 

부끄럽지만 나도 운동을 오래 미뤘다. '시간 나면 하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러다 지난겨울 건강검진에서 여러 수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날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고, 걷고, 가벼운 근력 운동을 더했다. 몇 달이 지나자 체중이 제자리를 찾았고, 무엇보다 머리가 맑아졌다. 같은 일을 겪어도 전보다 덜 휘둘렸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달린다. 오래 앉아 깊이 몰입하는 글쓰기일수록 그것을 견뎌낼 몸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큰일을 해내는 사람일수록 체력이 곧 멘털이라는 걸 일찍 깨닫는다.

 

건강할 땐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몸이 무너지면 정신도 함께 무너진다. 일도, 목표도, 관계도 결국 몸 위에 얹혀 있을 뿐이다.

 

멘털이 흔들리는 날 마음부터 다잡으려 애써본 사람은 안다. 그게 잘 안 된다는 걸. 그럴 때 이젠 머리 대신 운동화 끈을 묶는 게 어떨까.

당신은 지금 무엇으로 당신의 멘털을 지키고 있는가.

 

 

[박근필]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읽고 쓰고 말하는 삶으로 당신의 성장을 돕습니다

박근필성장연구소장, 수의사,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저서;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독저팅, 필북, 필레터, 필라이프 코칭 운영

부산 시청 특강 외 다수 출강

이메일 : tothemoon_park@naver.com

 

작성 2026.06.16 10:56 수정 2026.06.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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