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 칼럼] 퇴고의 양면성으로 본 한계와 가치

민은숙

작은 방의 고장 난 에어컨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와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 오후였다. 나는 노트북과 서류를 챙겨 카페로 피신했다. 레몬차를 앞에 두고 한글 파일을 열어 글을 퇴고했다. 

 

세 번의 퇴고를 거친 글이었건만, 네 번째 퇴고에서 이르러서야 의미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오타 하나를 발견했다. 내용과 동떨어진 단어 하나가 세 번의 검토를 뚫고 숨어있었다. 이 경험은 퇴고의 본질에 숨은 한계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퇴고는 글을 다듬는 필수 과정이다. 인간이 하는 작업인 만큼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첫째, 주관적 시각의 함정이다.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의 의도와 맥락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에 오타나 어색한 표현을 놓치기 쉽다. 오늘 만난 사례처럼, 나는 세 번의 퇴고 동안 뚜렷한 오타를 발견하지 못했다. 반복적인 읽기는 오히려 눈을 둔감하게 만들고, 글쓴이인 나의 의도에 갇혀 객관적 오류를 간과하게 한다. 

 

둘째, 집중력의 한계도 퇴고의 걸림돌이다. 작은 방의 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며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는 나는 점차 지쳤다. 피로와 환경이 유발한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세부적인 오류를 놓치게 만든다. 특히 장시간 같은 글을 읽다 보면, 뇌는 익숙한 패턴을 자동으로 채워 넣으며 새로운 시각으로 글을 보지 못한다. 이는 인지적 편향과도 연결된다.

 

셋째, 시간과 노력의 비효율성이 대두된다. 퇴고는 시간이 소모되며 반복할수록 새로운 오류를 발견할 가능성이 줄어들지만 완벽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네 번째 퇴고에서 발견한 오타는 세 번의 퇴고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몇 번을 더 읽어야 완벽해질까? 우리가 하는 퇴고는 끝없는 반복의 덫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퇴고는 글쓰기의 핵심이다. 특히 반복적인 퇴고는 글의 완성도를 높여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는 데 필수적이다. 

 

첫째, 퇴고는 글의 구조와 논리를 강화한다. 세 번의 퇴고를 거치며 나는 문장의 흐름을 다듬고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해 글이 더 간결해졌다. 네 번째 퇴고에서 발견한 오타는 사소했지만, 그 수정으로 글의 신뢰도는 올라갔다. 퇴고는 단순히 오류를 잡는 데 그치지 않고 글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든다.

 

둘째, 퇴고는 작가의 성찰을 깊게 한다. 한글 파일을 수정하며 나는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의도를 되새겼다. 반복적인 읽기는 글의 약점을 드러내고, 내가 처음에 간과했던 미묘한 뉘앙스를 발견하게 한다. 이는 글쓰기 자체를 성찰하는 과정이 되는 작가로서의 성장에 기여한다.

 

셋째, 퇴고는 독자와의 신뢰를 쌓는다. 오타 하나가 독자의 몰입을 깨고 글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네 번째 퇴고에서 발견한 오타는 사소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면 독자에게 잘못된 의미를 전달했을지도 모른다. 퇴고를 거듭할수록 글은 독자에게 더 정직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퇴고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각을 빌리거나, 퇴고 사이에 일정한 시간을 두어 새로운 눈으로 글을 볼 수 있다. 나는 카페에서 환경을 바꿔 퇴고하며 집중력을 되찾았으며 오타 발견으로 이어졌다. 또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문법과 오타를 점검하면 인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퇴고의 가치는 반복의 양에 비례한다. 세 번이 부족했다면, 네 번째, 다섯 번째 퇴고가 필요할 수 있다. 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고 레몬차를 마시며 나는 글을 다듬는 노동의 가치를 깨달았다. 퇴고는 오타의 수정 뿐만 아니라, 글과 독자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책임의 과정이다. 완벽함은 보장할 순 없비만, 퇴고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그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6.06.03 10:13 수정 2026.06.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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