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날개로 하늘을 누빈다?


우리가 아는 비행기의 모습은 길쭉한 동체 양옆으로 날개가 뻗어 있고, 그 날개가 뒤쪽으로 비스듬히 젖혀진 형태다.이른바 ‘후퇴익’으로 불리는 이 구조는 오늘날 여객기와 전투기를 가리지 않고 가장 널리 활용된다.항공공학에서 날개는 비행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양력은 날개와 공기가 직접 맞닥뜨리며 만들어지고, 이 힘을 통해 기체가 공중에 뜬다. 양력의 크기와 분포는 날개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며 항력과 안정성, 연료 효율 역시 함께 변한다. 엔진과 무게가 같아도 날개 설계에 따라 비행의 특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해11월 미국에서 공개된 특이한 형상의 비행기는 날개 설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비행기 날개 모양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비행기는 양력에 의해 하늘을 난다. 날개 위아래로 흐르는 공기의 속도 차이로 압력 차가 생기고, 그 결과 위쪽을 향한 힘, 곧 양력이 발생한다.이 양력은 날개 아래쪽에서 기체를 떠받치며 동체 전체를 들어 올린다.양력의 크기는 공기가 날개를 어떤 경로로 타고 흐르느냐에 따라 결정되기에 항공공학에서는 항력과 비행 안정성, 비행 속도 등을 고려하며 날개의 형태를 발전시켜 왔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나 20세기 초반 항공기 등 초창기 비행기는 위에서 보면 거의 직사각형에 가까운 날개를 달고 있었다. 직선형 날개는 제작이 쉽고 구조가 단순해 비교적 낮은 속도로 비행하던 시기에는 충분히 성능을 냈으며 지금도 초경량 비행기나 저속 항공기에 활용된다. 그러나 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날개의 형태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오늘날 비행기의 표준이라 할 법한 후퇴형 날개는 비행 속도가 음속에 가까워지면서 공기역학적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됐다.

 

사진 1. 직선형 날개는제작이 쉽고 단순하지만, 비행 속도가 빠른 항공기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shutterstock wayfarerlife

1940년대, 제트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가 등장하며 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자, 압축된 공기로 인해 날개 위에 충격파가 형성되고 조종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대두되었다.후퇴익은 이를 위한 해법이었다. 날개를 비스듬히 배치하면 공기가 날개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정도를 줄여 고속 비행에서도 안정적인 공기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이후에도 다른 형태의 날개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었다. 가령 2010년대 중반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공동 연구로 초창기 비행기 날개에 적용되었던 트러스(truss) 구조를 되살린 신개념 날개를 개발했다. 트러스 구조는 삼각형 형태의 보조 지지대를 덧대 하중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다리나 철골 구조물에 흔히 쓰인다. 이를 비행기 날개에 적용하면 날개를 더 길고 얇게 만들 수 있어 항력을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비행기 날개는 이미 정답이 정해진 구조가 아니며 끊임없는 실험과 재해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2. 미국 항공사 보잉과 미국항공우주청(NASA)은 초창기 비행기 날개에 적용된 트러스 구조를 살린 날개를 개발했다. ⓒNASA

 

날개 한가운데를 과감히 뚫다

작년에 공개된 미국의 무인기 ‘X-65’는 날개 가운데가 뻥 뚫린 형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날개에 대한 상식에 도전한다. 전체 외관을 보면 길이 약 9미터, 중량 약 310킬로그램의 동체 양옆에 트라이앵글 모양의 날개가 붙어 있는 듯하다. 날개가 공기를 밀며 양력을 만든다는 원리를 생각하면 한가운데가 비어 있는 날개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진다.

 

사진 3. X-65 항공기의 컴퓨터 렌더링 이미지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이 기체는 미국 보잉의 자회사인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가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과제로 개발한 시험기로,‘능동 유동 제어(Active Flow Control, AFC)’를 설계의 핵심으로 한다.AFC 시스템은 날개나 꼬리날개를 움직이는 대신 기체 곳곳 노즐에서 공기를 분사해 날개 주변 기류를 조절하는 식으로 비행을 제어한다. X-65의 날개 곳곳에 붙은 14개의 노즐을 선택적으로 작동시켜 압축 공기를 뿜어내고, 날개 위아래로 흐르는 기류의 속도에 영향을 주어 양력과 항력을 바꿀 수 있다.


 

사진 4. X-65의 날개에 붙은 압축 공기 노즐과 내부 구조도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X-65에는 일반 항공기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방향타와 승강타 같은 꼬리 조종면도 없다. 노즐에서 분사되는 압축 공기가 꼬리날개의 기능을 대신한다. 이러한 단순한 구조는 기체 무게를 줄이고 고장 가능성을 낮춘다. 날개 가운데가 빈 덕에 레이더 반사가 줄어 기체의 탐지 가능성 또한 낮다. 고가의 스텔스 도료를 덧입히는 대신 구조 자체로 스텔스 효과를 확보한 셈이다.

 

X-65는 올해 초 동체 제작을 마친 후 2027년 말 첫 비행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공장에서 제작 중인 시험기에는 기존 조종면이 보조 장치로 탑재되어 있다. 새로운 제어 방식의 안전성을 우선 확인하기 위해서다. DARPA는 AFC 시스템을 충분히 검증할 때까지 기존 방식과 병행하여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기계적인 움직임이 아닌 공기 흐름을 활용한 항공기 제어 연구의 초석이 될 예정이다. 날개 한가운데를 과감히 비워낸 이 비행기는 머지않아 하늘을 무대로 새로운 항공공학 실험을 이어갈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글 :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

 

작성 2026.05.16 09:05 수정 2026.05.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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