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 칼럼] 미션, 쳇GPT와 수필 쓰기

민은숙

기막힌 습득력에다 무시무시한 업그레이드를 무기로 문화예술 분야를 넘보는 쳇GPT가 우려를 넘어서는 수필을 쓸까.

 

춘삼월 기상청은 꽃샘추위가 없을 것이라는 예보를 발표했다. 겨우내 입었던 패딩들을 수거해 몇 날 며칠 동안 말려 두었다. 그런데 웬걸. 폭설이 밤새 내렸고 시골에서는 비닐하우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붕의 역할을 홀로 감당했던 엄마가 떠올라 이를 주제로 시작했다.

 

엔터를 누르자마자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글을 쓰기 시작했다. 구성된 글을 일부 수정한 뒤 이를 토대로 원고지 14매 분량의 주문을 넣었다. 화면에 나온 글은 8.6 매였고, 비문은 발견하지 못했다. 생뚱맞게도 엄마는 하지 않을 넋두리인 “어깨가 너무 무겁다.”라는 말을 넣어 당시 우리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소주제를 발견했다. 매끄러웠지만, 어디서 본 듯한 글은 덜 우려낸 육수처럼 싱거웠다.

 

무너진 비닐하우스에 지붕이란 무게가 크게 다가왔고, 어깨가 너무 무겁다고 말할 리 없는 작은 거인임을 상기할 것과 옥상에서 녹은 눈이 빗물받이로 떨어지는 소리가 엄마의 뼈에서 울리는 소리와 닮았음을 녹여 달라했다. 이번에도 부족한 8.3매에 그쳤고, 새로운 ‘엄마의 삶은 오랫동안 겨울’이라는 소주제가 등장했다. 폭설이 녹은 물에 꽂혔는지 천정에서 물이 새었고, 밤새 엄마가 우리를 끌어안으며 괜찮다고 다독였다는 글이 추가되었다. 게다가 단락을 나눌 때 흡사 시의 행 가름하듯 줄을 바꿨다.

 

분량을 늘리기 위한 에피소드를 추가했다. ‘기숙사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아이가 원룸을 구했다. 가벼운 살림살이가 오기 전에 입주 청소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 도착한 짐을 아이와 정리했다. 저녁을 함께하자마자 고속버스로 귀가했는데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이튿날 기상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추가 재구성하여 14매로 완성하길 주문했다. 양은 좀 늘었으나 글의 의미화가 만족스럽지 않아 ‘지붕의 역할을 강조하고 왜소한 엄마는 홀로 지붕의 역할을 해냈는데, 엄마보다 덩치가 더 큰 딸은 당최 무력한 엄마‘임을 성찰하여 엄마가 내는 힘의 근원을 녹여 달라 넣었다. 바뀐 글에서 지붕의 상징성이 부족함을 느껴 상징성은 살리고 흐름은 유지한 글을 최종 주문했다.

 

쳇GPT가 쓴 글은 수필만의 진정성이 약한 흔한 일상 글만 같다. 글맛이 얕은 조미료를 넣어 만든 된장처럼 대중적으로 다가왔다. 주문을 넣으면 재빠르게 글을 쓰지만, 경험이 우러난 사유의 참맛은 살리지 못했다.

 

쳇GPT를 이용한 수필을 쓰려면 주문이 관건이다. 수필 이론을 잘 숙지하고 수필 작품을 많이 읽으며 많이 써 본 이가 유리할 것이다. 수필에 덜 익은 필자는 앱에 의지해 주문을 고민하고 보여주는 글을 읽고 재구성할 시간에 나만의 수필을 더 구상하고 직접 쓰고 싶은 충동과 욕망에 휩싸였다. 수시로 업그레이드될 테지만 글맛을 살리는 미묘한 수필가의 문장을 따라잡기엔 아직 역부족이기에 호흡을 쓸어내린다. 수필가여, 맘껏 쓰자. 인공지능은 언감생심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감성을 녹여서.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6.03.18 10:35 수정 2026.03.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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