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의 시대가 온다


공장식으로 가축을 기르는 것은 인류의 식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 비참한 동물의 처지, 환경 오염 에너지 소비의 과잉 등은 편한 식생활의 어두운 면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실험실에서 실제 가축의 고기를 모방한 배양육 연구가 활발하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는 사람들이 고기 맛을 포기하지 않고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포스트 교수는 원래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조직공학자였는데, 이를 의학에 이용하는 것보다 스테이크를 만드는데 써먹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돼지나 소의 근육에서 줄기세포를 얻은 뒤 적절한 조건에서 배양해 고깃덩어리를 얻는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왕성한 세포분열 능력을 지녔으니 이론적으로 불가능할 게 없다. 그는 돼지에서 얻은 근위성세포(근육 성장과 재생에 관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 증식시켰다. 그 뒤 세포 덩어리를 틀에 고정시켜 전기충격을 줘 실제 근육 같은 조직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그냥 세포 덩어리는 ‘씹히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살코기는 결국 동물의 근육이다).

 

이처럼 세포를 배양하는 장치에서 얻은 고기를 ‘시험관 고기(in vitro meat)’라고 부른다. 시험관 고기는 콩 단백질을 가공해 만든 인조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축을 도축해서 얻지는 않았지만 진짜 고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시험관 고기를 만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시험관 소고기로 햄버거 하나를 만들려면 33만 달러(약 3억 7,000만 원)가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포스트 교수는 프로세스가 개선되고 대형화되면 승산이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사진. 현재 배양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생산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포스트 교수는 시험관 고기가 친환경적이고 인도적이라 채식주의자들도 죄의식에서 벗어나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험관 고기 생산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고기를 키울(?) 때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량이 소를 키울 때의 절반 수준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10% 미만, 물 사용량은 5% 수준, 땅은 1% 정도다. 또 시험관 고기는 근육세포 덩어리일 뿐 신경이 없기 때문에(설사 있다고 해도 연결된 신경중추가 없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시험관 고기가 상용화되는 건 생산비가 기존 고기와 경쟁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므로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물론 당사자인 포스트 교수는 충분한 연구비만 있다면 10년 뒤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험관 고기는 어떤 맛일까. 수년 전 포스트 교수의 실험실을 찾은 러시아의 방송 저널리스트가 고기를 집어 먹는 돌발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먹어보고 나서 “육질은 괜찮은데 맛은 없네(It is chewy and tasteless)”라고 평가했다. 실제 시험관 고기는 노란빛이 도는 옅은 분홍색이라 보기에도 별로 먹음직스럽지 않다. 색이 옅은 이유는 혈관이 없는데다 근육에 있는 미오글로빈 단백질의 양도 적기 때문이다. 포스트 교수는 현재 근육 내 미오글로빈의 양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복제가축의 고기도 (시장에 나올 경우) 먹을까 말까 고민해야하는 마당에, 시험관 고기라니 너무 앞서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시험관 고기가 상용화 된다면 지금은 필요악인 사육과 도축, 역병이 돌아 가축 수십만 마리를 땅에 파묻어야 하는 곤혹스러움도 피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글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작성 2026.01.30 19:45 수정 2026.01.3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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