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알레르기 때문에 먹지 못하는 음식이 꽤 많다. 사과와 더덕, 헤이즐넛, 몇몇 열대과일이 그렇다. 남들은 맛있게 먹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지만, 내게는 피해야 할 음식이다. 지인 중에는 쌀 알레르기로 밥을 먹지 못해 빵이나 면을 먹는 분도 있다. 돼지고기를 전혀 먹지 못하는 분도 있다. 같은 음식을 앞에 놓고도 누구는 편안하게 먹고, 누구는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흔히 ‘체질’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하면서, 건강을 돌보려면 먼저 자기 몸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억지로 먹을 이유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권할 때도 그 사람 몸이 어떤지 먼저 헤아려야 한다. 다만 체질이라는 말로 모든 증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음식 알레르기와 소화가 잘되지 않는 식품불내증은 구별해야 한다. 무엇을 먹고 불편했다고 해서 모두 알레르기는 아니며, 내 몸에 맞지 않는다고 그 음식 자체를 독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내가 사과를 먹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사과를 먹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쌀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쌀이 해로운 식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내 경험은 내 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기준은 아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에게 좋다는 이유로 나에게도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먹고 좋아졌다”는 경험을 들려줄 수는 있지만, “그러니 당신도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몸을 인정하는 데서 배려가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 말을 듣되, 내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도 함께 살피려고 한다.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먹은 뒤 어떤 증상이 나타났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반복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음식을 혼자 다시 먹어보며 시험하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걱정 때문에 먹을거리를 끝없이 줄일 필요도 없다. 이런 것은 이래서 나쁘고, 저런 것은 저래서 나쁘다고 모두 피하다 보면 식탁에 남는 것이 얼마 없을 것이다. 필요한 것은 막연한 두려움보다 내 몸을 정확하게 알아가는 노력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양한 식재료를 주셨다. 한 가지를 먹기 어렵다면 다른 식재료로 식탁을 차릴 수 있다. 통밀이 맞지 않으면 쌀을 살펴보고, 쌀이 맞지 않으면 다른 곡물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대체할 음식도 내 몸이 받아들이는지, 필요한 영양을 채워주는지 살펴야 한다. 나는 이 다양함도 감사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생약을 대할 때도 같은 분별이 필요하다. 자연에서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오래 사용해 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효능이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내게 도움이 되는지 살피고, 부작용이나 복용 중인 약과 상호작용할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나는 민간요법이나 한약을 맹신하면서 현대의학을 무시하거나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반대로 의사나 약사도 민간요법과 한의학을 무조건 금기시하며 검토조차 거부하는 태도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민간요법과 한의학을 하나로 묶어 판단해서도 안 된다. 각각 어떤 방법과 처방을 사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어디에서 비롯된 방법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어떤 근거가 있고 얼마나 안전하며 내 상태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열린 태도로 듣되 충분히 검증하고, 내가 사용하는 생약이나 한약도 의료진에게 알려 함께 판단해야 한다. 서로 다른 치료 방법을 존중하는 일에는 그 효과와 한계를 정직하게 살피는 책임도 따른다.
나는 여러 경험과 의견을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듣는 일에는 확인하는 책임도 따른다. 누군가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관심을 가질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치료 효과를 확정할 수는 없다. 내 경험을 의료진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궁금한 것은 묻고, 함께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 몸을 존중한다는 것은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성실하게 관찰하고, 필요한 도움을 구하며, 확인된 지식과 내 경험을 함께 살피는 일이다.
"나는 나"이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다. 이 말에는 서로 다른 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는 뜻이다. 내게 좋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이 내게 좋은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에서 과도한 일반화가 적지 않게 위험할 수 있다. 사상체질 여러 기법으로 단순화시켜 판단할 수 있는데, 그 때 알레르기라는 특수한 개인화에 대해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같은 식탁에 앉아도 모두 같은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 먹을 수 있는 것은 감사하게 나누고, 먹을 수 없는 것은 편안하게 내려놓도록 배려하면 된다. 나는 내 몸을 알아가면서, 다른 사람 몸도 존중하는 지혜를 배우고 싶다.
석창원 목사(다문화쉼터교회, 텐트선교회 농업생명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