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의 Zbtlink Electronics가 제조한 일부 공유기 펌웨어에서 외부 원격제어가 가능한 구성요소가 발견돼 네트워크 공급망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 VulnCheck는 2026년 8월 공개한 분석에서 Zbtlink 공유기 20개 모델의 펌웨어에 ‘ENDLESSDOORS’로 명명한 원격제어 구성요소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제에는 CVE-2026-66747이 부여됐으며 CVSS 위험도는 9.3점으로 평가됐다.
VulnCheck의 분석에 따르면 ENDLESSDOORS는 공유기 부팅 과정에서 자동으로 실행되며 최고 관리자 권한인 root로 작동한다. 일반적인 리눅스 커널 프로세스와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사용자 영역에서 실행되는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확인됐다. 해당 구성요소는 외부 서버에 주기적으로 접속하며 통신 과정에서 적절한 인증이나 암호화가 적용되지 않아, 연결 대상이 장악되거나 통신 경로가 변조될 경우 공유기에 원격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구조로 분석됐다. VulnCheck는 자체 시험에서 해당 통신을 가로채 시험용 공유기에 명령을 전달하고 root 권한의 셸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특정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Zbtlink는 OEM·ODM 방식으로 다른 업체에 하드웨어와 펌웨어를 공급하고 있어 동일 계열 장비가 여러 브랜드와 제품명으로 판매될 수 있다. VulnCheck가 확인한 영향 모델에는 CPE2801, WE1026-5G-WD, WE1326, WE2007, WE2008-DSIM, WE2416, WE3326, WE5927, WE5931, WE5931AC, WE826-T3-DSIM, WG108, WG1602, WG1608-DSIM, WG209, WG2105, WG2107, WG259, WG3526, Z8102AX-2DSIM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외형상의 브랜드명보다 공유기 뒷면의 정확한 모델명과 펌웨어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VulnCheck는 이후 추가 조사에서 Zbtlink 계열의 다른 장비에서 ‘SPEAKINGSTONE’과 ‘DARKLANTERN’이라는 별도의 원격제어 구성요소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발견은 ENDLESSDOORS와 동일한 취약점으로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되며, 제품과 펌웨어별로 영향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연구진은 한 테스트 환경에서 백업 도메인을 확보한 뒤 수백 대의 장비가 해당 인프라에 접속하는 현상을 관찰했으며, 접속한 392대 가운데 390대가 중국에 위치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해당 장비의 통신 인프라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지만, 이 사실만으로 중국 정부나 특정 국가기관의 공격 개입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일반적인 인터넷 원격관리 취약점과 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ENDLESSDOORS는 외부에서 공유기로 직접 접속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공유기 자체가 외부 서버로 연결을 시도한다. 따라서 공유기가 방화벽이나 NAT 뒤에 있더라도 외부로 나가는 통신이 허용돼 있다면 원격제어 경로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CVE 데이터베이스 역시 인증되지 않은 원격 명령 실행이 가능한 임플란트라는 점을 위험 요소로 기록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해당 기능이 고객 요청에 따른 사후 기술지원 목적으로 사용되는 기능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문제가 제기된 펌웨어와 제품의 판매 및 배포가 중단된 사실도 공개됐다. 그러나 보안 연구진은 해당 원격제어 통신에 강력한 인증과 암호화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원격지원 기능으로 보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례는 공유기와 같은 네트워크 핵심 장비의 보안이 단순히 관리자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원격관리 기능을 끄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해외 직구나 화이트라벨 제품은 실제 제조사와 펌웨어 공급자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제품명보다 모델번호와 펌웨어 출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