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광진구를 걸어서 돌아보는 하루를 계획해봤다. 거창한 맛집 리스트를 들고 다니기보다는 발길이 닿는 대로 자양동과 구의동을 오가며 식사 시간을 맞추는 방식이다. 지도 앱 하나만 켜두고 걷다 보면 광진구맛집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 체감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오전 산책을 겸해 자양동 쪽 골목을 먼저 둘러봤다.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가게가 많지는 않았지만, 길가에 늘어선 간판들만 봐도 다양한 업종이 촘촘히 섞여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분식부터 한식, 카페까지 메뉴 폭이 넓어 보였고, 어떤 곳을 고를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로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골목 분위기도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점심은 자양동에서 간단히 해결하기로 했다. 식사 시간대라 그런지 테이블을 채운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고, 메뉴판을 살펴보는 동안 옆자리 대화 소리에서 이 동네에 대한 익숙함이 묻어났다. 특정 메뉴를 단정하기보다는, 그날그날 끌리는 음식을 고르는 재미가 있는 거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다시 걷기 시작하니 구의동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구의동 쪽으로 넘어가 봤다. 자양동과는 또 다른 결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두 동네가 서로 가까우면서도 각자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구의맛집을 찾아 나선 이들이라면 자양동까지 묶어서 돌아보는 코스를 짜볼 만하다. 걷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하루에 두세 곳을 들러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해 질 무렵에는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다시 골목을 서성였다. 하루 종일 걸으며 느낀 점은, 이 지역이 단순히 몇몇 유명한 곳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자의 취향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지가 갈릴 수 있는 폭넓은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돌아오는 길에는 낮과는 또 다른 조명 아래 거리가 보여, 같은 장소라도 시간대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는 걸 새삼 느꼈다.
광진구맛집을 주제로 하루를 보내며 든 생각은, 정해진 코스보다는 그날의 발걸음과 기분에 맡기는 탐방이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양동과 구의동을 오가며 걷다 보면 저마다의 속도로 식사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다음에 이 동네를 다시 찾을 때는 또 어떤 골목에서 발길을 멈추게 될지, 미리 정해두지 않고 걸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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