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령 제841호가 바꾼 기술안보의 경계…수출통제와 출국관리의 결합

중국의 기술안보, 반도체·AI 기술에서 핵심 인력의 해외 이동 관리로 확대

법률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집행…AI·반도체 인재 가족 여행까지 통제

기술을 지키는 국가인가, 사람의 이동을 관리하는 국가인가

중국의 기술안보 정책이 기술 자체의 해외 이전을 통제하는 수준에서 핵심 기술인력의 국경 간 이동을 관리하는 단계로 넓어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령 제841호는 수출통제나 기술 수출입 관리 규정을 위반해 국가 산업·기술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중국인의 출국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일부 AI·반도체 핵심 인력의 배우자와 자녀까지 해외여행 사전승인 대상으로 확대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술안보와 인재 이동의 경계가 어디까지 넓어질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술안보의 대상이 ‘기술’에서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의 국무원령 제841호를 단순한 출입국 관리 규정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중국의 AI·반도체 핵심 인력에 대한 해외 이동 통제와 국무원령 제841호의 수출통제 연계 내용이 실행되었다. 중국의 기술안보 강화와 핵심 AI·반도체 인재의 해외 이동 제한에 관한 논란이 중국 정부의 정책이 기술 유출 방지에서 핵심 인력과 가족의 이동 관리로 확대되는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지=AI생성

 

중국 상무부 법규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된 규정에 따르면 ‘국무원 출경입경 관리 규정’은 2026년 6월 29일 국무원 제90차 상무회의에서 통과됐으며, 7월 22일 국무원령 제841호로 공포돼 9월 15일부터 시행됐다. 전체 19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제4조다. 제4조는 중국인이 수출통제, 기술 수출입 관리 등의 규정을 위반하고 그로 인해 국가 산업안보나 기술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국무원 상무 등 관련 부처가 해당 중국인의 출국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규정이 AI나 반도체라는 산업명을 직접 적시했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 조문에는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배터리 등의 구체적인 산업 목록이 없다. 핵심은 수출통제와 기술 수출입 관리라는 기존의 경제·무역 규제가 개인의 출국 관리와 연결됐다는 점이다. 이 변화가 기업에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수출통제라고 하면 주로 제품, 소프트웨어, 기술자료, 설계정보, 노하우 등의 이전을 떠올렸다. 하지만 핵심 연구자나 엔지니어가 국경을 넘는 과정 자체가 기술협력, 연구개발, 기술자료 공유와 연결될 경우 사람의 이동 역시 기업의 기술안보 관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DLA Piper “해외출장도 수출통제와 함께 봐야”한다고 보도했다. 이 부분을 기업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 자료가 DLA Piper의 국무원령 제841호 분석이다. DLA Piper는 2026년 8월 4일 발표한 분석에서 국무원령 제841호가 다국적 기업의 단기 출장, 장기 파견, 인재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수출통제 대상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라면 중국을 오가는 인력의 이동을 검토할 때 중국의 수출통제 및 기술 수출입 규정까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DLA Piper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기업·기관을 상대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글로벌 로펌이다. DLA Piper가 2026년 8월 4일 발표한 국무원령 제841호 해설은 특히 다국적 기업의 실무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이 로펌은 중국의 수출통제 위반이 출국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비자 신청, 해외 출장, 장기 파견, 인재 이동 등을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체계에서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근무하는 핵심 엔지니어가 해외 연구소로 출장을 가거나, 중국과 한국의 연구진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에는 출장 목적, 비자, 인사 규정, 보안교육 정도를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해당 인력이 취급하는 기술과 정보가 중국의 수출통제 또는 기술 수출입 규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까지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DLA Piper는 기업들이 비자 신청 자료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통제 대상 기술과 관련된 인력의 중국 출입국 요건을 점검하며, 출입국 관련 업무를 맡기는 중개업체의 자격과 등록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결국 기업의 인사관리와 기술보안 관리가 별개의 업무가 아니라는 의미다. 

 

Greenberg Traurig “수출통제와 출국관리가 규제 차원에서 연결됐다”고 보도했다. Greenberg Traurig의 관련 분석은 이 문제를 조금 더 구조적으로 바라본다. 2026년 9월 23일 발표된 분석은 국무원령 제841호의 핵심적인 변화가 단순히 출국금지 사유를 하나 추가한 데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수출통제 체계와 출입국 관리 체계가 규제 차원에서 연결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Greenberg Traurig는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통신, 바이오, 첨단제조 등 기술집약 산업을 주요 관심 분야로 꼽았다. 이들 산업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기술자료, 노하우, 소프트웨어, 연구성과 등을 국경을 넘어 공유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기업·기관을 상대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글로벌 로펌 중 하나인 Greenberg Traurig 공식 홈페이지의 분석은 2026년 9월 23일 발표돼 보다 구체적으로 수출통제와 출입국 관리가 하나의 규제 체계로 연결될 가능성을 짚었다.

 

특히 반도체·AI·통신·바이오·첨단제조 등 기술집약 산업에서 중국인 연구원·엔지니어·임원의 국경 간 이동과 공동연구, 기술협력 계약, 내부 컴플라이언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당 규정이 이들 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적용 범위와 기준은 후속 지침과 집행 관행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중국 연구원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 연구진이 중국 연구시설을 방문할 경우 단순한 출장 문제가 아니다. 연구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는지, 기술자료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지, 중국 법상 기술 수출입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Greenberg Traurig는 다국적 기업의 인사부서뿐 아니라 법무, 수출통제·경제안보 담당 부서, 사업부서가 이런 문제를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현재 공개된 국무원령 자체가 AI 연구자나 반도체 엔지니어의 해외여행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수출통제 관련 출국 제한의 구체적인 기간도 조문에 정해져 있지 않다. 실제 적용 범위와 기준은 후속 행정지침과 집행 사례를 통해 더 명확해질 부분이다.  

 

국무원령 제841호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제6조다. 출국금지 결정이 내려지면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사실과 이유, 법적 근거, 구제 방법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하지만 국가안보나 형사사건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통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 조항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출장 일정만 관리해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핵심 인력의 해외 파견이나 국제 공동연구 일정은 수개월 또는 수년 전에 계획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특정 인력의 출국 가능 여부가 기술안보나 수출통제 문제와 연결될 경우 기존의 인사·출장 관리 체계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Greenberg Traurig도 이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인 직원이나 임원이 예정된 국제출장 직전에 출국 제한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논란을 더욱 키운 것은 법 조문 자체가 아니라 실제 집행과 관련한 보도다. 블룸버그는 9월 28일 중국 정부기관들이 일부 AI·반도체 핵심 인력에게 확대된 해외여행 제한을 통보하기 시작했으며, 특정 기업 경영진이나 핵심 인력의 배우자와 자녀도 단기 해외여행을 할 경우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보도한 내용을 SBS News가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 내용이 잇따라 보도됐다.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는 AI·반도체 핵심 인력의 배우자와 자녀까지 해외여행 사전승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를 전하면서, 모든 대상자의 가족에게 일괄 적용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경제의 관련 보도 역시 블룸버그를 인용해 중국이 민간 AI·반도체 분야 핵심 인재의 가족까지 해외여행 제한 범위를 넓혔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국무원령 제841호에 ‘AI 인재의 배우자와 자녀는 해외여행 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법령 원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따라서 가족에 대한 여행 제한은 국무원령 제841호의 명시적인 조항이라기보다, 별도로 전달된 행정적 통지나 실제 집행 사례로 봐야 한다.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법률상 규정과 행정 집행에 대한 보도를 하나의 조문처럼 오해하게 된다.

 

중국의 선택은 ‘기술 보호’인가 ‘인재 이동 통제’인가? 중국이 기술 유출을 막으려는 이유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AI, 통신, 첨단제조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국가안보와 산업정책의 핵심 영역이 됐다. 중국 입장에서는 핵심 기술과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산업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수단이다. 기술자료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과 연구자의 출국을 제한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기술자료를 통제하는 규제는 무엇을 이전하면 안 되는지를 특정할 수 있지만,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면 연구자 개인의 국제 공동연구, 학술교류, 기업 활동, 가족생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규제 대상과 적용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어떤 행동이 위험한지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이것이 바로 법률 전문가들이 국무원령 제841호를 단순한 출입국 규정 이상의 문제로 보는 이유다.

 

 

한국 기업도 ‘출장 관리’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대응은 중국에서 일하는 핵심 인력의 해외출장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사·출장·기술보안·수출통제 관리를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첫째, 중국 법인의 핵심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해외로 이동할 때 담당 기술의 성격과 중국의 수출통제·기술 수출입 규정 적용 여부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중 공동연구나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할 때 기술자료와 연구성과의 국경 간 이동뿐 아니라 해당 업무에 참여하는 연구자의 이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핵심 인력을 한 명에게 의존하는 프로젝트라면 출장 제한이나 출국 문제에 대비해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Greenberg Traurig가 해외출장과 파견 계획에서 추가적인 시간 여유와 대체 인력 확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 이유다.

 

결국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의 컴플라이언스도 ‘무엇을 중국 밖으로 가져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누가 중국 밖으로 나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까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술패권 경쟁의 다음 단계는 ‘인재의 이동’일 수 있다. 중국의 국무원령 제841호를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국금지 대상자가 몇 명이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기술안보와 인재 이동이 하나의 정책 영역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DLA Piper는 이를 다국적 기업의 인사·출장·컴플라이언스 문제로 바라봤고, Greenberg Traurig는 수출통제와 출입국 관리의 제도적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두 분석은 표현과 강조점은 다르지만 기업의 기술관리와 인력관리 사이의 경계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만난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장에는 연구원과 엔지니어, 생산기술 인력, 경영진이 있고, 한국 본사와 중국 법인 사이에는 끊임없이 사람과 기술, 정보가 오간다. 중국의 규제 집행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기업이 기술보안과 인사관리를 별개의 문제로만 다루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하다.

 

기술을 지키기 위해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기술 유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제 공동연구와 인재 교류를 위축시키고, 기업과 연구자가 중국에서 활동할 때 부담해야 하는 불확실성을 키울 수도 있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기술인지, 기술을 만드는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기술을 보호하는 국가와 인재의 이동을 통제하는 국가는 서로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중국이 앞으로 어떤 균형점을 선택할지는 국무원령 제841호의 문구보다 실제 집행 범위와 후속 제도에서 드러날 것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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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06 17:02 수정 2026.10.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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