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량호출 플랫폼 우버와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AI가 유럽에서 2,0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확대 배치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미·중 첨단기술 경쟁의 전선이 유럽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차량 공급을 넘어 중국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유럽 현지 운영체계, 미국 플랫폼이 결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되고있다.
포니AI와 우버는 자그레브를 포함한 유럽 5개 도시에서 2,0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그레브 외 추가될 4개 도시의 구체적인 명칭과 전체적인 배치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양측은 유럽에 이어 중동 지역에서도 로보택시 사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서로 다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하나의 자율주행 서비스 체계를 구성한다는 데 있다. 포니AI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 시스템을 제공하고, 우버는 이용자 접점과 호출·결제 등 글로벌 플랫폼을 담당한다. 베른과 같은 현지 기업은 차량 운영과 규제 대응, 서비스 현지화를 맡는 구조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기술 개발 기업과 플랫폼 기업, 차량 운영 기업이 분업하는 새로운 상용화 모델이 유럽에서 형성되는 셈이다.
중국 기업의 유럽 진출은 포니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은 미국 시장의 규제 및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럽과 중동,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포니AI 역시 올해 글로벌 20개 이상의 도시로 로보택시 운영 지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 내에서 축적한 자율주행 데이터와 차량 제조 생태계, 부품 공급망을 해외 상용화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우버의 전략 변화도 중요한 변수이다. 우버는 자체적으로 모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여러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해 자사 플랫폼을 자율주행차 서비스의 유통망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중국계 자율주행 기업 위라이드(WeRide)와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로보택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우버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국적보다 다양한 기술기업을 자사 플랫폼으로 연결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플랫폼 지위를 확보하는 전략에 가까운 모습이다.
문제는 자율주행차가 일반 자동차와 달리 단순한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위성항법, 통신망, 지도 데이터, 클라우드 시스템 등을 연결하며 차량 주변 환경과 이동 경로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처리한다. 차량의 원격 업데이트와 통신 기능까지 포함하면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 산업과 정보통신산업, 데이터 산업이 결합된 전략기술 영역에 해당한다.
유럽연합 역시 이 문제를 이미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EU는 2026년 2월 커넥티드·자동화 차량과 관련한 사이버보안 위험 평가를 별도로 실시하고 고위험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복수 공급업체 전략을 활용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EU 평가에서는 커넥티드·자동화 차량이 대량의 개인·민감 데이터를 처리하고 경우에 따라 새로운 사이버보안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의사결정 시스템과 통신·연결 시스템, 원격 업데이트가 가능한 차량 제어 시스템에 대해서는 공급망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번 협력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이 유럽에서 일방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문제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기업인 우버가 중국 기업의 자율주행 기술을 플랫폼에 연결하고 유럽 기업이 현지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가 확대될 경우 기술의 국적과 자본의 국적, 서비스 플랫폼의 국적이 서로 분리되는 새로운 산업 구조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기술 경쟁이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넘어 자동차와 모빌리티 영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은 기술 경쟁의 제3지역이 아니라 실제 상용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기업은 플랫폼과 자본을, 중국 기업은 자율주행 기술과 제조 기반을, 유럽 기업은 현지 규제와 운영 능력을 결합하는 방식의 협력 모델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우버와 포니AI의 유럽 로보택시 확대는 자율주행 기술이 실험실과 제한된 시험구역을 넘어 국제적인 상업 서비스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동시에 이번 협력은 미·중 기술경쟁이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기업과 중국 기술기업의 협력이라는 구조는 기존의 기술 블록화와는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반면, 자율주행차에 축적되는 데이터와 통신망, 원격제어 시스템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중국 기술을 유럽에서 사용할 것인가의 단순한 선택에 있지 않다. 어떤 기술을 선택하더라도 데이터가 어디로 이동하고 누가 시스템을 통제하며 위기 상황에서 차량과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권을 누가 갖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미·중 기술 경쟁이 유럽의 도로 위에서 상업 서비스의 형태로 전개되면서 기술 효율성과 안보, 산업 자립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