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순간순간의 숨이 시가 되어라

이태상

나는 열 살 때 나 자신에게 하는 독백으로 ‘바다’라는 동시를 지어 평생토록 밤낮으로 주문 외듯 기도하듯 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해왔다. 글이란 종이에다 펜으로 쓸 게 아니라 인생이란 종이에다 삶이란 펜으로 사랑의 땀과 피와 눈물이란 잉크로 써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 한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6년 5월 31일 세계 서핑 리그 피지 여자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한 베타니 해밀톤은 몸으로, 그것도 팔이 하나 없는 몸으로 더할 수 없도록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썼다. 하와이 출신 베타니는 서핑 좋아하는 부모 따라 걷기 전부터 바다에서 살면서 13 살 때인 2003년 10월 이른 아침 서핑을 나갔다가 상어의 공격을 받아 왼쪽 팔을 잃었다. 

 

또 한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6년 6월 3일 세상을 떠난 무하마드 알리도 팔이 아니라 백인이라는 백상어에게 물려 두 날개를 잃고도 ‘나비처럼 떠서 벌처럼 아니 별처럼 쏘는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시를 썼다. 흑인이란 이유로 레스토랑 입장을 거절당하자 알리는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물에 던져버리고, 백인들이 노예에게 준 성을 쓰지 않겠다며 자신의 캐시어스 클레이란 이름도 버리고 캐시어스 엑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가 이슬람 지도자 엘리야 무하마드의 이름을 따 아예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그는 “나는 알라를 믿고 평화를 믿는다. 백인 동네로 이사할 생각도 없고 백인 여자와 결혼할 생각도 없다. 나는 당신들 백인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외쳤다.

 

옛날 로마 시대 노예들을 검투사로 죽기 살기로 싸움을 붙이고 즐겨 관람하던 잔인한 경기의 잔재인 복싱이란 링에서보다 링 밖의 세계란 무대에서 알리는 약자들의 인권 챔피언이었다. 1942년 흑인 노예의 손자로 태어난 알리는 스스로를 ‘민중의 챔피언’이라고 불렀고, 1967년 베트남전 징집 대상이 되었지만 “이봐, 난 베트콩과 아무런 다툴 일도 없다. 어떤 베트콩도 나를 깜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해 선수 자격을 박탈당하고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알리가 남긴 수많은 시적인 말 중에 내가 특히 좋아하는 말을 인용해보리라.

 

1. 내가 얼마나 지독한지 약조차 병이 나서 앓게 된다.

2. 너를 지치게 하는 건 네가 오를 산들이 아니고 네 신발에 들어간 돌 조각이다. 

3. 하루하루를 네가 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그런 날이 꼭 올 테니까. 

4. 상상력이 없는 사람은 날개가 없는 거다. 

5.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일은 지불할 이 지상에서의 네 숙박료다. 

6. 날짜를 세지 말고 매일이 보람되게 하라. 

7. 위험을 무릅쓸 만큼 용감하지 못한 자는 인생에서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8. 네가 원하는 사람이 나는 될 필요가 없다. 

9. 나이는 네 생각대로다. 

10. 내가 하는 조크는 진실을 말하는 거다. 그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농담이다. 

11. 강, 연못, 호수, 시내 모두가 진리들이다. 

12. 노년은 한 사람 일생의 기록이다. 

 

아, 모두 순간순간의 숨이 시가 되어라.

 

 

어린아이가 종교다

 

 

어린애 눈엔 모두 다 꽃

어린애 눈엔 모두 다 별

세상 모든 게 다 무지개

우주 만물 모든 게 다 나

우주 만물 모든 게 다 너

땅도 하늘도 바다도 하나

풀도 나무도 새 모두 하나

봄 여름 가을 겨울도 하나

잠도 숨도 꿈도 같은 하나

먹는 것 싸는 것 같은 하나

받는 것 주는 것 같은 하나

크는 것 늙는 것이 다 하나

사는 것 죽는 것이 다 하나

있는 것 없는 것이 다 하나

오는 것 가는 것이 다 하나

왕자와 거지가 같은 하나

공주와 갈보가 같은 하나

성자와 죄인이 같은 하나

천사와 마귀가 같은 하나

신부와 무당이 같은 하나

십자가 목탁이 같은 하나

남자와 여자가 같은 하나

주인과 머슴이 같은 하나

스승과 제자가 같은 하나

부모와 자식이 같은 하나

웃음과 눈물이 같은 하나

빛과 그림자가 같은 하나

이슬 눈안개가 같은 하나

동물식물 광물 같은 하나

글과 그림과 그리움이 하나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하나

사는 것 사랑하는 것이 하나

둘 셋 넷이 아니고 하나인데

모든 것 모두 다 하나님인데

그 무슨 종교 왜 필요하리오.

 

 

코스모스

 

 

소년은 코스모스가 좋았다.

이유도 없이 그냥 좋았다.

소녀의 순정을 뜻하는 

꽃인 줄 알게 되면서

청년은 코스모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철이 들면서 나그네는 

코스미안의 길에 올랐다.

카오스의 우주에서 

코스모스를 찾아.

그리움에 지쳐 

쓰러진 노인은

무심히 뒤를 돌아보고

빙그레 한 번 웃으리라.

걸어 온 발자국마다

무수히 피어난 

코스모스를 발견하고.

무지개를 올라탄 

파랑새가 된 코스미안은

더할 수 없이 황홀하리라.

하늘하늘 하늘에서 춤추는 

코스모스바다 위로 날면서.

 

아, 우린 모두 하나같이 이런 코스모스바다에서 출렁이는 사랑의 땀과 피와 눈물방울들이어라. 아, 우린 모두 하나같이 이런 하늘하늘 하늘에 뜨는 무지개가 되기 위한 물방울들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6.06.27 09:52 수정 2026.06.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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