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다시 오지 않을 단감

문용대

친구는, 경남 창원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창밖에는 초여름 햇살이 번져가는데, 친구 마음은 여전히 장례식장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주, 그의 넷째 동생이자 셋째 여동생이 예순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정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끝내 감정을 붙들지 못했다. 목이 메고,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오늘 발인이 있었다. 창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동생은 충북 청주의 시댁 선영으로 향했다. 작은 유골함에 담긴 동생을 바라보며, 한 사람의 생이 이토록 고요하게 남겨질 수 있다는 사실 앞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 앞에서 그는 인생의 무상함을 깊이 실감했다.

 

동생과 그는 띠동갑이다. 내가 창원의 한 중공업 회사에 다니던 시절, 동생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교복을 입은 채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회사 원가관리 부서를 잠시 거쳐 부속실에서 사장과 부사장을 보필하며 꿈을 키웠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총명하고 반듯했던 그는 많은 형제자매 중 부모님이 늘 착하고 똑똑한 아이라고 칭찬하시던 자식이었다.

 

동생은 무엇이든 성실하게 그리고 기쁘게 해내던 사람이었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 가운데 85개를 정복했고, 골프 등 운동이라면 다 좋아했다. 그중 탁구와 테니스는 수준급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즐겼고 어디서든 밝은 웃음도 잃지 않았다. 함께 있으면 주변까지 환해지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큰아들은 명문대와 대학원을 거쳐 프랑스와 일본에서 국비 유학을 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금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작은아들은 또 다른 최고 명문대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부부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다. 동생은 그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해낸 사람이었다.

 

그렇게 살아온 친구의 동생에게 파킨슨병이 찾아왔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병은 서서히 그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예전처럼 걷지 못하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가족들에게도 깊은 고통이었다. 그 시간이 동생에게는 얼마나 길고 힘겨웠을지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려온다.

 

어젯밤 동생 집에 들렀다가 창원 테니스클럽 대회 우수상 트로피 표면이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코트를 누비던 건강한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동생은 가족에게만 따뜻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다정한 사람이었다. 

 

장례식장 방명록에 친구는 짧게 이렇게 남겼다.

 

“사랑하는 내 동생 OO야!  

너의 삶은 비록 짧았지만, 참으로 아름답고 빛났다.  

사는 동안 고생 많이 했다.  

이제 질병의 고통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거라.”

 

오랜 시간 곁을 지키며 병수발을 해온 그의 매제에게도 깊은 위로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말없이 견뎌낸 그의 시간들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친구의 동생은 해마다 진영 단감을 사서 서울 오빠에게 보내주곤 했다. 그의 아이들은 “어릴 적 고모가 용돈도 주고, 선물도 자주 챙겨주셨다”며 많이 슬퍼했다. 돌아보면 동생은 늘 무언가를 내어주며 살았다. 크지 않아도 마음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올가을에도 단감은 어김없이 익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동생이 보내주던 단감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남겨진 계절은 그대로인데 그 안의 한 사람만 사라졌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더욱 깊고 조용하게 마음을 흔든다.

 

 

[문용대]

한국수필 수필문학상 수상

문학고을 소설문학상 수상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코스미안뉴스, 브레이크뉴스 고정 필진

한국예인문학, 지필문학, 대한문학, 각종 문학카페 활동

대한문학 부회장, 지필문학 이사

수필집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영원을 향한 선택’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작성 2026.06.11 09:55 수정 2026.06.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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