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김승옥의 '염소는 힘이 세다'에서 보는 '힘’

민병식

우리에게 '무진기행'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작가 김승옥(1941~ )은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였고,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1964년 '무진기행' 등을 발표했고 1960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소설은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엔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작품에는 염소는 힘이 세다’라는 말이 총 10회 나온다. 제목도 ‘염소는 힘이 세다’이다. 염소의 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얼마나 힘이 셀까. 작품 속으로 들어가 살펴보자.

 

12살이 주인공인 ‘나’는 홍수에 쓸려온 새끼 염소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 키운다. ‘나’의 가족은 종로를 오가며 꽃 장사를 하다가 병이 들어있는 어머니, 어머니 대신 꽃 장사를 하는 누나, 귀가 잘 안 들리는 꼬부랑 할머니, ‘나’가 살고 있다. 서울 변두리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 ‘나’의 집은 힘이 없다. 폭풍이 불면 날아갈 듯한 양철지붕, 썩어가는 판자 담, 판지로 된 쪽대문 등 어느 것 하나 힘이 없다. '나의 집에서 가장 힘이 센건 염소다. 어느 날 ‘나’의 집 염소가 옆집인 뱀탕집의 화로를 깨뜨리고 뱀탕집 주인은 화가 나 염소를 때려죽인다. 

 

염소를 묻으려 하자 옆집 아저씨는 ‘정력 보강 염소탕’을 만들어 팔라고 권하고 할머니는 염소탕을 팔아 돈을 벌게 된다. 엄마는 술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손님들의 요구로 몰래 술을 팔고 점점 단골들은 많아지는데 어느 날 '나'는 단골이었던 40대 아저씨가 헛간에서 주인공의 누이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누나와 주인공은 비밀로 하기로 한다. 그 뒤 불법 장사가 적발되어 가게는 문을 닫고 합승 버스 차장으로 취직시켜 준다는 약속을 받고 누나는 40대 아저씨를 다시 만난다.

 

‘나’는 염소가 죽어서도 힘이 세다고 생각한다. 염소는 살아서 뱀탕집의 화로를 깰 정도로 힘이 셌고 줄을 끊고 도망가서 날뛸 정도로 힘이 셌다. 죽어서는 돈을 벌게 해주었고 누나를 불합리한 힘에게 순응하게 한다. 주인공인 ‘나’는 이로 인해 세상의 비열한 힘을 알게 되고 그것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세상을 바라보는 바르고 순수했던 시각이 무너진다. 이것이 바로 염소가 힘이 센 이유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60년대다. 바로 한국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되어 대중들은 상상할 수 없는 빈곤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바로 작가는 빈곤에 굴복하여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망가져 간 인간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결국은 술을 팔아 돈을 벌고자 했던 할머니, 취직을 위해 40대 아저씨를 따라가는 누나, 그런 누나가 토할 것 같고 더러워 보이지만 결국은 승복하고야 마는 주인공인 ‘나’, 그들을 우리는 비판할 수 있을까. 주인공을 비롯한 작품의 주인공들의 미래가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힘은 거기까지였다.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힘이 셀까. 21세기를 사는 지금에도 빈부의 격차와 빈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할머니의 욕심과 40대 아저씨의 더러운 짓으로 해결한 것인가. 하루면 전 세계를 다 다닐 수 있는 초고속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도 '힘'은 우리들의 영원한 숙제인 것이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6.10 11:11 수정 2026.06.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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