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화의 상담이야기] “아이의 표정보다 화면을 먼저 보는 시대”

스마트폰 속에 갇힌 가족 대화… 아이들은 점점 외로워진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마음은 멀어진다”… 디지털 시대 부모의 역할 변화

식당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심지어 가족이 함께 있는 거실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스마트폰 화면에 머물러 있다. 부모는 뉴스를 보고, 아이는 영상을 본다. 서로 마주 앉아 있지만 눈을 마주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이제는 “무엇을 보고 있니?”보다 “왜 나를 보지 않니?”라는 질문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됐다.

 

최근 상담 현장에서는 “아이와 대화가 줄었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부모 말을 듣지 않는다”는 고민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시작은 단순히 아이의 태도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디지털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 자녀들은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배우는 경향이 강하다. 부모가 대화 중에도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거나 식사 시간에 영상을 보는 모습에 익숙해지면, 아이 역시 사람보다 화면에 먼저 반응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 결국 가족 간 감정 교류보다 디지털 자극에 더 익숙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 한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다가도 제가 휴대전화를 보는 순간 말을 멈춘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습관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태도’를 더 민감하게 느낀다.

[사진: 부모와 아이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스마트폰에 몰입하며 점점 멀어지는 현대 가족의 정서적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챗gpt 생성]

채미화 센터장은 “많은 학부모들을 상담하다 보면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스마트폰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자주 접하게 된다”며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공감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데, 화면이 관계를 대신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외로움과 불안감도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오래 바라보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반응해주는지를 기억한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는 태도가 정서 안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무반응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아이가 말을 걸었을 때 부모가 무심코 “응”, “잠깐만”이라고 반응하며 화면을 계속 바라보는 행동이 반복되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 표현을 포기하거나 관심을 받기 위해 더 강한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가정 내 갈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공감 능력 저하, 충동 조절 문제, 대인관계 어려움 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의 경우 온라인 관계에는 익숙하지만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해결 방법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하루 10분이라도 ‘화면 없는 대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식사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작은 습관이 관계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가 먼저 디지털 사용 습관을 점검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아이에게만 사용 제한을 요구하기보다, 가족이 함께 ‘디지털 거리두기’를 실천할 때 교육 효과도 높아진다. 최근 일부 가정에서는 저녁 시간 거실에 휴대전화를 모아두는 ‘휴대폰 바구니’ 문화를 실천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최신 기기나 화려한 콘텐츠가 아니라, 자신을 바라봐 주는 따뜻한 시선과 공감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화면은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대신 위로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가족의 눈맞춤은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화면 전환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서로의 표정을 바라보는 시간일지 모른다.

 

 

 

작성 2026.05.25 09:17 수정 2026.05.25 09:18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최수안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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