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해당 자료가 없다”고 통지할 때에는 단순한 부존재 답변을 넘어, 실제 확인 범위와 판단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4월 10일 선고한 2025구합53308 사건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원고에게 한 정보부존재 통지를 취소했다. 법원은 해당 정보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진정 사건 처리 절차와 관련 규정, 통상적인 문서 생성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인권위가 관련 자료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한 회사의 아르바이트 모집공고가 지원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한 사실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접수된 뒤 진행됐다. 인권위는 2025년 1월 해당 진정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진정인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작성되거나 보관됐을 가능성이 있는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인권위는 일부 자료에 대해 보유·관리하지 않는 정보라며 정보부존재 통지를 했다.
이에 진정인은 해당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인권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비공개 사유에 관한 별도의 주장이나 증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정보부존재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점은 법원이 해당 채용공고의 차별 여부를 직접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원의 판단 대상은 공고 자체의 위법성이나 차별성 확정이 아니라,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인권위의 부존재 통지가 적법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진정 사건 처리 결과가 당사자에게 통지돼야 하고, 기각 결정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서면 통지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주요하게 봤다. 즉, 절차상 특정 문서가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기관은 “자료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해당 문서가 실제로 생성됐는지, 송부됐는지, 보관됐는지 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사건조사결과보고서에 피진정회사에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점도 판단 과정에서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인권위가 해당 사안과 관련해 피진정회사에 일정한 안내나 고지를 검토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피진정회사의 책임이나 위법행위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보도할 때에는 “차별 확정”이나 “은폐”와 같은 단정적 표현보다, 정보공개 절차와 문서 보유·관리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의 정보부존재 통지 관행에 시사점을 남긴다. 정보공개 제도는 단순히 문서를 공개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공개 대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그 판단이 어떤 확인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제도에 대한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
판결 이후 진정인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판결 관련 재검토 촉구와 관련 기록 보존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인권위가 판결 취지에 따라 관련 자료의 보유·관리 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정보부존재 판단의 경위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할지 주목된다.
이번 사안은 차별 진정 사건 자체보다, 공공기관이 진정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기록을 어떻게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자료 부존재 통지에도 일정한 확인 의무와 설명 책임이 요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보공개 실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