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인문, 자연과학 그리고 신학으로 집대성한 코즈믹 호러 판타지 ‘단테, 러브크래프트를 만나다’ 출간

신학으로 집대성한 코즈믹 호러 판타지 ‘단테, 러브크래프트를 만나다’ 출간

 

위 사진: 김정곤 글·양은봉 삽화, 출판사B, 464쪽, 1만9500원

인류의 영원한 유산 ‘신곡’을 쓴 시인 단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르 소설 ‘단테, 러브크래프트를 만나다’(출판사B)가 출간됐다. 저자는 ‘호러영화사’와 ‘장르영화 대사전(공저)’을 쓴 김정곤이다. 저자는 매년 연말 ‘신곡’을 읽어가던 과정에서 단테와 어두운 문학을 추구하던 작가들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는 이를 이어줄 장르 소설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1300년 고난주간의 성금요일 밤, 단테가 있는 곳은 지옥이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정신을 차린(mi ritrovai)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손에 이끌려 지옥을 지나고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단테의 ‘신곡’에 정리된 내용이다. 그로부터 21년 후 단테의 인생이 황혼 너머로 지기 직전 그는 또다시 지옥에서 정신을 차린다. 이번에 단테를 이끄는 인물은 자신을 ‘미친 시인’이라 밝힌 압둘 알하즈레드다. 이들은 어떤 부름에 이끌려 ‘드림랜드(altjeringa, 꿈의 시간)’라 부르는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여기에 괴이한 과학자 허버트 웨스트가 합류한다.

드림랜드는 달빛만이 대지를 비추는 세계다. 저자는 책 소개에서 “그리스 신화에서 꿈을 관장하는 신들은 밤의 여신에게서 태어났다. 그러니 드림랜드는 늘 달만이 어두운 대지를 비추는 밤의 세계다. 밤의 여신에게는 또 다른 자식이 있으니 모로스와 케르와 타나토스라는 세 가지 이름을 지닌 죽음이다. 숫자 ‘3’은 신을 뜻하는 동시에 숨어 있는 사악한 힘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드림랜드는 러브크래프트가 랜돌프 카터 연작에서 창조한 세계다. 기이한 힘과 괴이한 존재들이 대지를 떠도는 곳이다. 이와 함께 드림랜드는 호주의 아란다 부족이 말하는 ‘꿈의 시간(altjeringa)’이기도 하다. 아란다 부족은 위대한 선조들이 꿈의 시간 속에서 아기를 통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니 드림랜드는 사악함과 영광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에 단테를 밀어 넣고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이 장소를 설명하는 핵심은 셰익스피어가 마녀의 입을 통해 말하게 했으며, ‘단테, 러브크래프트를 만나다’에서 단테가 무심결에 읊조리는 ‘맑고도 흐린’이다. 명(明)과 암(暗)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이 말은 우리네 인생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명은 지혜를 뜻하나 암은 어리석음을 이른다. 인간은 한평생 한쪽 측면에서는 곧바로 이해할 기쁨을 느끼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에서는 이해 못 할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인간사에 작용하는 이 힘을 설명하고자 ‘신화’를 만들어 냈다. 신화에서 신들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괴롭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자연의 인격화이기에 현대에는 이를 자연과학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와 자연과학 사이에 신학이 있다. 인간은 한쪽에선 초월적인 신을 그리며 다른 한쪽에선 이성에 기반한 과학에 기댄다. 그러니 ‘단테, 러브크래프트를 만나다’는 신화, 신학, 자연과학을 동시에 다루면서 단테의 모험을 따라간다.

‘단테, 러브크래프트를 만나다’는 코즈믹 호러 판타지를 표방하는 장르 소설이다. 이러한 장르에 괴물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괴물을 묘사하면서 단순히 상상력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저자가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참고하거나 인용하고 있는 숱한 고전과 마찬가지로 괴물 역시 문학의 고전만이 아니라 영화의 고전까지 참고해서 형상화하고 있다. 이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단테와 러브크래프트 사이에 있을 그 수많은 상상력을 담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우리 평범한 인간의 상상력은 어쨌건 고전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테, 러브크래프트를 만나다’에서 단테를 이끄는 인물은 압둘 알하즈레드다.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가상의 인물이며 다양한 이름으로 해석되는 존재로, 러브크래프트의 어린 시절 필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알하즈레드라는 이름은 ‘All Has Read(모두 읽었다)’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것을 읽는다는 건 인간으로선 불가능하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것을 읽고, 보려 노력할 수는 있다. 그러니 저자는 이 이야기를 참고한 책들의 목록으로 마무리하고 있기도 하다. ‘단테, 러브크래프트를 만나다’가 바로 책과 책에 담긴 마력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출판사B 소개

출판사B에서 ‘B’는 일탈의 맛을 뜻하기도 하는 Bad Taste이기도 하면서 장르로서의 B급을 뜻하기도 한다. 인간의 상상력을 흔들어 놓았던 이야기는 소수의 고전과 함께 창작물 대다수를 차지하는 B급 대중문화이기 때문이다. 출판사B는 이러한 뜻을 지닌 B를 내세움으로써 어려운 고전과 쉬운 대중문화를 잇고자 장르 영화와 장르 소설을 다루고 있다.

작성 2026.04.28 13:40 수정 2026.04.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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