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이효석의 '수탉'에서 보는 ‘함께’라는 마음이 중요한 지금

민병식

이효석(1907-1942) 강원도 평창 출신의 소설가이면서 수필가로 호는 가산이다. 경성제대 재학 중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초기 문학은 경향문학이 짙어 동반자 작가로 불렸으나 1930년대 들어 순수문학을 추구, 향토적이고 이국적인 모티브로하는 작품세계를 펼쳤다. 대표작으로 ‘돈’, ‘수탉’, ‘산’, ‘분녀’, ‘들’, ‘메밀꽃 필 무렵’, ‘낙엽을 태우면서’ 등이 있다.

 

을손은 이웃 과수원에서 사과를 서리한 벌로 학교에서 무기정학을 받는다. 아버지는 어안이 벙벙하고 을손은 키우던 닭을 모두 팔아 떠나버리고 싶었으나 차마 그리 하지 못하고 이웃 고을로 3일간의 가출을 감행한다. 을손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다. 복녀, 얼마나 야무진지 그녀는 제조소에세 반년 동안 누에씨를 만드는 강습을 받고 봄부터 면에서 주최하는 누에치기 사업의 지도생으로 나갈 예정이다.

 

어느 날 복녀의 집을 찾아갔을 때 예상치 않게 복녀의 어머니가 나와 앞으로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당황한 을손은 그만 뛰쳐나오고 저녁이 되자 밖으로 나갔던 수탉이 돌아온다. 그런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어디서 또 싸우고 쥐어 터지고 왔는지 머리는 찢어져 피가 흐르고 날갯죽지는 깃이 거꾸로 뻗어 있으며 눈으로 피가 흘러 들어가 한쪽 눈이 찌그러진 참혹한 몰골이다. 이 모습을 본 을손은 화가 치밀어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고 우연히 맞은 수탉은 다리를 뻗고 푸드덕거린다.

 

책의 초반부에 키우는 닭 두 마리가 한 달 수업료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것으로 주인공의 집은 매우 가난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을손은 왜 부상 당한 수탉에게 손에 잡히는 대로 뭔가를 집어 던졌을까. 이 애꿎은 화풀이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이다. 집은 가난하고 학교에서는 규율을 위반하여 정학당하고 여자친구 복녀와는 헤어지고 되는 일이 없다. 

 

되는 일이 없기에 을손의 마음은 한탄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그때 밖에서 얻어터지고 들어오는 수탉의 꼴을 보니 마치 자신의 신세를 보는 것 같아 그 꼴을 해서 살아서 뭐하냐는 마음으로 스스로에 대한 책망을 수탉에게 투영한 것이다.

 

어디 삶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있던가.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산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국에는 청년이고 기성세대고 할 것 없이 더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고 살 것이다. 취업도 어렵고, 결혼도 어렵고 정리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도태를 강요당하는 중년, 미래가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이 들 경우, 아무 우리의 마음도 을손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점점 어려워지는 국제정세와 국내 경제위기 속에서 을손의 마음이 깊이 와닿는 요즘,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상생을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물가 상승, 수출 부진, 환율 문제 등 경기 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고충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어떻게 이 어려운 시국과 경제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인가. 결국 협력이다. 우리 속담에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이 있다. 마음은 합하고 가진 것은 나누겠다는 따뜻함 없이는 사회 양극화와 계층 분화는 계속될 것이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양보하며 함께라는 선의지를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4.15 08:18 수정 2026.04.1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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