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칼럼] 대교약졸(大巧若拙), 인위(人爲)를 뛰어넘는 무위(無爲)

홍영수

얼마 전 집 근처 백화점에 들렀다. 그곳에서 반질반질하게 색칠한 표면에 예쁜 문양의 그릇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도자기 공방이나 인사동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만의 특유한 도자기들, 화려한 문양과 색칠도 없이 그저 투박하고, 백자 달항아리처럼 완벽한 대칭 없이 다소 찌그러진 듯 보이는 것에서, 억지로 꾸민 인위적 기교를 넘어선 깊은 맛과 멋스러움을. 

 

이처럼 다소 거칠고 투박한 듯한 가운데 은은하고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가깝고 정다운 이웃 같아서 가식이 없이 친해지는 우리의 도자기, 공장의 형틀에서 찍어내어 대량생산 하는 서양의 그릇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노자가 얘기한 ‘대교약졸(大巧若拙)’의 의미한 바가 바로 우리의 도자기가 아닐까. 

 

인문학자이자 명상가인 박석 상명대교수의 책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에서 그는 도덕경 45장에 나오는 대교약졸(大巧若拙)에 대해 얘기한다, “큰 솜씨는 마치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서툴게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기교가 최고위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기교가 서툴 때는 밖으로 드러나지만 무르익게 되면 오히려 다시 감춰져 서툰 듯이 보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졸拙에서 교巧로 갔다고 다시 졸拙로 돌아오는 구조, 즉 헤겔의 변증법 같은 나선형 구조를 말하고 있다.

 

요즘 티브이를 보면 음식 요리 프로그램을 많이 볼 수 있다. 자기만의 레시피와 고유한 색깔로 조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의 음식 맛을 생각해 보았다. 특별한 레시피나 그 어떤 계량 도구도 없이 대충대충 버무리고 양념하는 듯해도 어머니는 실수 없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신다. 그것은 수없이 많은 반복의 과정을 통한 기교가 몸 일부가 되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된 ‘대교약졸(大巧若拙)’에서 나온 음식 맛이다. 

 

이처럼 대교약졸은 요리를 완벽히 익힌 후 그 요리법에 매몰되지 않고 더 자연스러운 본질로 돌아온 상태가 아닐까. 비어 있는 듯하지만, 가득 차 있고, 서툰 듯하지만, 완벽한 아름다움의 그 자체, 이처럼 수준 높은 기교를 갖추고 있의되 드러내어 자랑하지 않는 것이 우리 어머님들의 소박미가 아닐까.

 

복잡하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는 정보통신망과 더불어 자기 PR 시대이다. 그래서일까, 흔히 주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을 내세우고 싶고, 잘난 척하고 싶어서인지 화려한 외양과 청산유수의 말솜씨를 자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하고 화려한 수식어의 남발은 듣는 순간 잘나고 똑똑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왠지 진실성이 떨어지고 핵심이 흐려진다. 

 

그렇지만,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겉으로는 허투루 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면에 담긴 통찰력은 매우 넓고 깊다. 그래서 우린, 외양의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본질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겉보기에는 멈춘 듯 보이지만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사실 커다란 재주는 잘 드러나지 않고 평범함 속 그 재주가 들어있다. 추사는 이것을 불계공졸(不計⼯拙)이라 했다.

 

가끔, 잠자리에 드러누워 생각해 본다. 오늘도, 깊이 감춰야 하는 데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는가?, 낮추고 비워야 하는데 높이고 채우려고 하지 않았는가? , 소박하고 단순해야 하는데 화려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하는 데 너무 인위적인 모습은 아니었는가? 

 

아름답고 조화로운 삶을 가꾸기 위해 깊이 성찰하고 사색하며 성숙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버릴수록 커지고, 고요해질수록 더 잘 들리는, 그래서 승자는 남을 낮추고 자신을 세우는 게 아니고 자신을 낮추고 남을 세우고,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기교를 부린 듯한, 야나기 무네요시가 했던 말 ‘무기교無技巧의 기교技巧’를 생각해 본다.

 

진정한 고수는

스스로 감출 뿐, 화려한 장식이나 기교를 뽐내지 않는다.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지구의 유언장』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6.04.06 11:15 수정 2026.04.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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